[인터뷰] 히로시마 원폭 韓피해단체 "日히단쿄 노벨상, 기쁘지만 섭섭"

박상현 2024. 11. 1. 07: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주인공인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지역별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이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두 도시 중 하나인 히로시마에서는 히단쿄를 포함해 7개 단체가 정기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함께 활동해 왔고, 그중 한 단체가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본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준오 민단 피해자대책위원장 "수상 이유에 한반도 출신 피폭자 언급 없어"
"한국인 원폭 피해 더 알려져야…위령비, 한일정상 참배 후 성지로 인식돼"
"일본에도 한국인 피폭자가 있습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민단 히로시마본부에서 일본 내 한국인 피폭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4.11.1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 주인공인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지역별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이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두 도시 중 하나인 히로시마에서는 히단쿄를 포함해 7개 단체가 정기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함께 활동해 왔고, 그중 한 단체가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본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다.

위원회를 이끄는 권준오(75)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민단 히로시마본부에서 만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히단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고 섭섭하기도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피폭자 2세인 권 위원장은 섭섭한 감정이 들었던 데 대해 "수상 이유에 한반도 출신 피폭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에 한반도 출신자가 많이 있었다는 말이 있었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히단쿄를 포함한 히로시마 소재 7개 원폭 피해자 단체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도 "피폭자 가운데는 한반도 출신자도 많은데 수상 이유로 전혀 언급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 위원장은 일본 피폭자들이 조명받았을 때 서운함을 느낀 것이 이번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수천 명의 한반도 출신자가 희생됐다"고 언급했는데,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일본 언론사에 항의해 '수천 명'이라는 표현이 '수많은'으로 정정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한국인 원폭 피해자 수는 사망자 약 4만 명, 생존자 약 3만 명 등 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은 일본 정부 문서 등을 근거로 1945년 히로시마시에 조선인이 약 5만명 있었고, 이 가운데 2만명 이상이 원폭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일 한국인 피폭자에 대해 말하는 권준오 위원장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민단 히로시마본부에서 열린 '원폭 피해자 환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1

그는 이처럼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재일 한국인 피폭자가 그동안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재일 한국인 피폭자는 차별과 오해를 견뎌야 했다면서 "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피폭 사실을 감춘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아닌 한국에도 한국인 피폭자들이 적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들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며 한국인의 원폭 피해 사실이 더욱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 것이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권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한일 정상이 처음으로 한국인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이후 이곳이 한국인 여행객에게 일종의 '성지'로 인식돼 많은 젊은이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 비석은 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세워졌다.

권 위원장은 "위령비를 참배하는 사람을 만나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는 재일 한국인 피폭자 단체와 니혼히단쿄가 모두 바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폭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피폭 2세 지원과 위령비 관리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고령화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나이가 가장 어린 피폭 경험자도 80세가 됩니다. 피폭 실상을 알리는 것이 매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단도 앞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psh59@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