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고교무상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고교무상교육',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한 분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다. 과연 어떤 분일까? 노무현 혹은 문재인? 정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육복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9년 초등학교 무상교육이 이뤄졌고, 전두환 정부인 1985년 도서벽지 중학교부터 무상교육이 점차 실시돼,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전면 확대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고교무상교육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밖에 무상급식도 점차 이뤄졌고, 교사의 인건비도 정상화되며 안정적인 교육기반이 구축되었다. 정치세력의 성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교육복지는 날로 확대됐으며 결코 후퇴한 적이 없다. 교육만이 우리나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에 경제위기 등으로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2025년, 내년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교육복지가 후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격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고교무상교육이 좌초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교무상교육은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이 법에 따라 시·도 교육청과 중앙 정부에서 거의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2025년부터 중앙정부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원의 법적 근거인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가 올해 12월 말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도 교육청이 모든 부담을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시·도 교육청이 고교무상교육을 자체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전국적으로 고교무상교육 소요 재정은 2조 원 정도다. 정부에서 절반 정도를 부담하지 않으면 시도교육청은 심각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된다.(충남의 소요 예산은 710억 정도이고, 그중 정부 부담이 370억) 최근 2년간 정부의 세수 결손으로 인해 시·도 교육청에 교부하는 교부금이 15조 원 정도 줄어들었다. 올해 정부의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한 액수보다 30조 정도가 줄어들면서, 시·도 교육청에 지급하는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세금을 징수할 수 없는 시·도 교육청은 살림살이의 92.4%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지단체(도청)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교육청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는 구조다.
해가 갈수록 교육청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학교시설 복합화, 내진 보강, 석면 제거, 기초학력 부진학생 지도, 특성화고 취업 지원 등 지역주민과 학생을 위해 추진하던 각종 정책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교의 안전과 학생의 건강 그리고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시·도 교육청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같은 교육정책 실행을 앞두고 있다. 해야 할 일은 산적한데 돈은 없는 게 바로 시·도 교육청의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고교무상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경비 부담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천만다행이다. 교육이 우리의 미래라는 국민적 합의 아래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교육복지가 후퇴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고교무상교육이 2025년에도 무난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당부드린다. 정부 역시 국회의 노력에 함께 하기를 부탁드린다.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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