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평행선…배민·쿠팡이츠, 중재안 수용 가능성은

배달플랫폼·입점업체 9차 회의
합의 불발…배달앱 별 중재안 제시
일단 '최혜 대우 요구'는 중단키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앱 스티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아홉 차례의 회의를 거쳤지만 결국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견 합치가 되지 않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익위원들은 배달앱들에게 동일한 수수료율이 아닌 각자 제시한 상생안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배달앱들이 이 중재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일단 배달앱들은 여러 배달앱에 입접해있는 업체들을 곤란하게 했던 '최혜 대우 요구'를 중단하기로 했다. 맞춤형 중재안 제시

지난 30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9차 회의가 개최됐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배달플랫폼 4개사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입점업체단체가 참석했다. 하지만 7시간의 협의를 거쳤음에도 수수료율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측은 각자의 상생안을 마련해갔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접업체 측은 일괄적인 5% 수수료율 안을 고수했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공익위원들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마련한 상생안에서 착안한 중재안을 각각 제시했다. 배민에겐 상위 20%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율을 7.8%로 인하하고, 21~79%까지는 수수료율 6.8%, 나머지 하위 20%에는 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안을 제안했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의 수수료율은 9.8%다. 

음식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서 배민은 지난 회의에 매출 상위 20%에는 수수료율 9.8%을 적용하되, 상위 21~79%에는 6.8%을, 나머지 하위 20%에는 2%를 차등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했었다. 이번 9차 회의에는 적용 범위를 넓혀, 하위 50~80%에도 6.8%를 적용하겠다는 안을 가져갔다. 

공익위원들은 쿠팡이츠에겐 일괄 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되, 배달비도 쿠팡이츠가 상당 부분 부담하라는 상생안을 제안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일괄 5% 수수료율에 입점업체가 배달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들로부터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왔고, 기획재정부 역시 쿠팡이츠의 해당 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는 사실상 쿠팡이츠에게 무료배달을 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율을 9.8%에서 5%로 낮추고 배달비도 부담하게 되면, 쿠팡이츠의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혜 대우 요구 못한다

다만 이번 9차 회의에서 진전된 부분도 있었다.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배달플랫폼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운영 방침'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배달앱이 입점업체에게 최혜 대우 요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그동안 여러 배달앱에 가입한 입점업체들은 쿠팡이츠와 배민 등으로부터 다른 배달앱에서 설정한 배달비, 음식메뉴 가격 등을 똑같이 적용하거나 다른 배달앱보다 유리하게 특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토로해왔다.

배민이 지난 8월 주문 중개수수료율을 9.8%로 올리기 전에는 쿠팡이츠와 배민의 수수료율이 달랐다. 쿠팡이츠는 9.8%, 배민은 6.8%였다. 입점업체들은 수수료율에 맞춰 메뉴가격을 다르게 설정하곤 했다.

배민1플러스 서비스 공지(왼쪽), 쿠팡이츠 와우할인 선정 기준 / 사진=각사

쿠팡이츠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음식값 할인 등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입점업체로 유지되려면 경쟁사보다 나은 조건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여러 배달앱을 사용하는 경우 쿠팡이츠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주문조건을 제공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공고를 낸 바 있다. 배민도 무료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론칭하면서 입점 점주에게 최혜대우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 이 사안은 공정위에서 조사 중이다. 일단 상생협의체에서는 당장 중단할 의사가 없더라도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라 최혜 대우 요구 조건 운영 방침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간 배민은 쿠팡이츠가 먼저 최혜 대우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쿠팡이츠는 수정 또는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쿠팡이츠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다음 회의에서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또 다른 합의 사항도 있다. 우선 소비자 영수증에 수수료, 배달료 등 입점업체 부담항목을 기재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가게에서는 주문금액에 대한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비를 서비스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문구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배달기사가 주문을 수락한 후 픽업할 때까지 구간에 한정해 배달플랫폼들이 약관변경, 배달기사의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배달기사 위치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10회 회의는 다음 달 4일에 열린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참고해 수수료 상생안을 마련한 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모든 업체들이 동일하게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조건 낮출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배달앱만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