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원전 무너지면 안돼"…'고준위 특별법', 이번에는 국회 문턱 넘을까
여야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합의 처리에 공감을 이뤘지만 끝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제22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가 한차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인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야가 '폐기물 저장 용량' 조항 등 미세한 쟁점 사항에서 합의를 도출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31일 오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논평을 통해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전 산업 부활이 필수"라며 "국회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원전 산업 특별지원법' '고준위 특별법'의 제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탈원전 이념 정책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며 "정치로 인해 원전 산업이 다시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주당도 원전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서 원전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들의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정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요 민생경제 입법과제의 일환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폐기하기로 결정된 사용후 핵연료를 뜻하는 '고준위 방폐물'의 저장 시설 조성, 용지 선정 절차, 저장 용량 등을 정하는 법률이다. 여권과 원전업계에서는 지속적인 원전 운영을 위해 반드시 이 법률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원전 부지에 마련된 경수로·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다.
현재 국회에는 총 5건의 고준위 특별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계류 중이다. 김석기·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30일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김성원·정동만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8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는 제22대 국회 초반부 고준위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고준위 특별법 제정에 공감대를 이뤘다. 방폐물 저장 용량 기준 등 쟁점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4·10 총선이 진행되고 여야 대치가 심해지면서 법률안 도입이 흐지부지됐다.
고준위 특별법 발의에 참여한 여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도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22대 국회 초반부에 법안 처리에 합의를 할 것이다. 여야 논의는 잘 되고 있다"며 "일부 논의를 해야 할 요소가 남았지만 여당은 일단 방폐물 저장시설 설치가 급한 만큼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저장 용량 기준은 여야가 세부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큰 틀에서 정부 여당은 원전 운영 기간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폐기물 저장용량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인 민주당은 원전 수명 연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기본 입장이다.
이를테면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안과 김성환 민주당 의원 안은 제36조 제6항을 통해 공통적으로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해당 원자력발전소 내 건설 또는 운영 중인 발전용원자로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기본적으로는 이미 정해진 수명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만 저장하게 돼 있다. 다만 김석기 의원 안은 '위원회는 기술발전 또는 안전성에 관한 여건 변화 등이 있을 경우 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저장용량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원전 수명이 늘 경우 저장용량도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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