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라서 불타오른다? “죽도록 막아야죠” 서울 수문장 강현무 “내년엔 꼭 우승컵 하나 듭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강현무(29·FC 서울)는 K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꼽힌다. 강현무는 2017시즌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K리그 통산 184경기에서 222실점을 허용 중이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건 51회.
강현무는 군 복무를 마친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큰 변화를 택했다. 강현무가 유소년 시절부터 몸담았던 포항을 떠나 서울로 이적했다. 강현무가 프로 데뷔 후 포항을 떠났던 건 군 복무 시절뿐이었다.
강현무는 서울로 이적하자마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강현무는 서울의 수비 불안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며 팀이 K리그1 파이널 A로 향하는 데 이바지했다. 서울이 파이널 A에 속한 건 2019시즌 이후 처음이다.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은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 내년엔 우승컵 하나는 꼭 들어 올릴 것”이라고 했다.
MK스포츠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강현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이 5년 만의 파이널 A에 오른 건 알고 있어요.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주셨죠. 서울은 파이널 A에 만족해선 안 되는 팀이에요. 올 시즌엔 무조건 ACL 티켓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남은 일정이 정말 중요해요.
Q. 11월 2일 홈에서 포항과 맞대결을 벌입니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을 잡으면 차기 시즌 ACL에 도전할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상대가 포항이잖아요.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기도 합니다. 더 불타오르는 게 있습니까.
저도 감독님 말씀에 동의해요. 포항을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포항이라서 불타오르는 것보단 그냥 ‘죽도록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다 막아야죠. 지고 싶지 않습니다.
Q. 서울 수비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강현무, 야잔 등이 합류하면서 ‘크게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록은 제가 어떻게 보는지 몰라서 잘 안 봅니다(웃음). 솔직히 저보단 야잔이 대단한 것 같아요. 야잔이 앞에 있으면 아주 든든합니다. 상대 공격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는 법이 없어요. 동료들과의 호흡, 리더십 무엇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선수죠. 야잔이 합류하면서부터 수비진 전체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아요. 서로의 장점이 확 돋보인다랄까.
칭찬이요(웃음)? 음... 저는 혼난 기억밖에 없습니다. 괜찮아요. 김기동 감독님에게 혼나는 것도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하니까.
Q. 김기동 감독에게 어떨 때 혼나는 겁니까.
제가 훈련 중 집중력을 잃을 때가 있어요. 한 번씩 집중을 못 하는 거죠. 감독께서 그럴 때마다 “집중해! 정신 차려!”라고 하십니다. 감독님에게 칭찬받을 수 있도록 더 잘하겠습니다(웃음).
Q. 서울이 올 시즌 홈 16경기 만에 43만 4천426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습니다. 서울은 올해도 평균 관중 1위(2만 7천152명)입니다. 서울이 홈 5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11월 2일 포항전에서만 3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 와서 정말 놀란 게 있습니다. 팬이 정말 많이 오시는 거예요.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이 아주 설레요. 팬들의 응원 소릴 들으면 심장이 막 뜁니다. 서울은 원정 팬도 대단히 많거든요. 골대 뒤에서 늘 응원해 주시잖아요. 제가 그런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는 게 아주 행복합니다.
한동안 설렘 같은 게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심장이 서울에 오고 나서 다시 뛰는 느낌이랄까. 홈이든 원정이든 경기에 나서는 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경기하는 중에도 기분이 좋아요.
팀과 개인 모두 아시아 무대에 알릴 수 있는 큰 대회죠.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잖아요. ACL에 나가면 새로운 맛을 알게 될 겁니다. ACL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현재에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시즌 막바지로 향할수록 생각이 바뀌고 있는 걸 느낍니다. ACL에 나서면 더 큰 무대에서 경험을 더하며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거예요.
Q.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고 서울에서 생활하는 건 어떻습니까.
서울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그냥 좋아요(웃음). 힐링이 많이 된다랄까. 종종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면서 여유를 즐기거든요. 커피 마시면서 사람 구경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살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입니다.
Q. 강현무의 가슴 속엔 늘 국가대표란 꿈이 있지 않습니까.
은퇴하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 꿈일 거예요. 국가대표란 게 운도 좀 따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제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뽑히지 않는 것으로 보고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조금씩 보완하다 보면 한 번 정도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벽이 있는 듯하지만 계속 도전할 겁니다.
Q. 김기동 감독은 3년 내 우승을 다짐했습니다. 그 안에 강현무의 대표팀 발탁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내년 우승컵 하나는 들어야 한다고 봐요. 저의 내년 목표는 무조건 우승입니다. ACL에 나간다면 K리그1, 코리아컵 등 3개 대회에 나서는 거잖아요. 우승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웃음). 서울 역사에서 우승 경력 하나를 꼭 추가할 거예요.
개인적으론 발밑을 더 가다듬으려고 힘썼습니다. 혼자서 공부를 많이 했죠. 영상을 보고 난 뒤 훈련장으로 나와 따라 하기도 했고요. 저는 제 경기 영상을 매일 보거든요.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서 경기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공격수별 특징, 습관 등을 미리 익혀서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지금보다 안정적인 볼 처리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그런 노력이 하나둘 더해지다 보면 경기가 이전보다 재밌습니다. 제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갔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요즘 축구가 재밌기만 하니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할 것 같은데 긴장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거든요. 어떤 팀을 만나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 자신감이 훈련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닙니까.
포항 시절부터 가르침을 주고 계신 박호진 코치님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박호진 코치께선 경기에 딱 필요한 것만 가르쳐주십니다. 코치님은 크로스에서의 볼 처리 등 제게 부족한 부분도 딱 짚어서 채워주시죠. 박호진 코치님의 가르침이 있기에 제가 프로에서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Q. 강현무의 발기술은 유소년 시절부터 익혀왔던 건가요. 아니면 세계 축구 트렌드가 바뀌면서 스스로 연구를 해온 부분인가요.
저는 골키퍼지만 어렸을 때부터 발 쓰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발을 잘 썼습니다. 그땐 프로에 와서도 발을 많이 쓸 줄은 몰랐죠(웃음). 볼 차는 걸 좋아해요. 팀 훈련 끝나면 혼자 훈련장에 남아서 볼을 차곤 하거든요. 발밑이 좋으면 동료 수비수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수비수들이 골키퍼의 패스를 편안하게 받느냐 불안하게 받느냐가 엄청난 차이거든요. 저는 수비수들에게 ‘언제든지 나를 믿고 패스를 달라’는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동료들에게 확신을 주고자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요.
전혀. 저는 이런 마음이에요. 내 공을 빼앗을 수 있으면 한 번 와보라. 어떤 상황에서든 발만으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전진 패스를 연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Q. 늘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잖아요. ‘제2의 강현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발밑 기술은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조언해 줄 수 있습니까.
기본기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기본기는 축구화를 벗는 날까지 철저히 해야 해요. 또 하나. 골키퍼라고 해서 손만 잘 써선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야 해요. 볼 차는 걸 즐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큰 비중을 둬요.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됩니다.
Q.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경기장에서 축구하는 거지 헬스장에서 축구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기 몸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잔디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늘렸으면 해요. 우리 팀에도 어린 선수가 많잖아요. 그런데 팀 훈련 끝나면 다 웨이트 트레이닝 하러 갑니다. 저는 그게 좀 아쉬워요. ‘왜 운동장에서 더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죠.
저는 늘 반대로 움직였어요. 팀 훈련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가기보단 운동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볼을 가지고 훈련했어요. 팀 훈련 전 운동장으로 나와 개인 훈련을 해도 좋고요. 저는 항상 실전에서 필요한 걸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저는 축구공과 함께하는 시간이 최대한 많아야 한다고 봐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Q. 팀 훈련 끝나고 홀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훈련하는 것과 어떤 상황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훈련하는 건 천차만별이거든요. 상대가 강하게 압박한다는 걸 가정하고 공을 잡았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훈련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경기를 그리면서 혼자만의 훈련을 진행하곤 해요.
안 중요한 경기가 없습니다. 저는 눈앞의 경기만 생각해요. 당장 포항과의 홈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치는 데 집중할 겁니다. 울산을 한동안 못 이겼다고들 하시던데 지금 울산전은 중요하지 않아요. 당장 포항전 준비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꼭 이길 겁니다. 포항을 잡고 울산하고 붙어야 더 재밌을 거예요. 서울 모든 구성원이 포항전에 모든 걸 걸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치면 포항을 잡고 울산과의 홈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거예요.
[구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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