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재 빼갈 땐 언제고 '간첩' 몰아 붙잡았다…중국, 왜 칼날 세웠나
16년 창신반도체 이직한 전 삼성전자 직원,
FT "중국 반도체 기밀로 이익 볼 가능성 적어"
중국 정부가 반간첩법을 제정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이 법에 따라 구속되면서, 중국 정부의 후속조치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된다. 뚜렷한 법 위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결정에 정치외교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중국 내외서 제기된다. 중국 내 한국 기술인력들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고 유사 조치가 뒤따를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출신으로 이온주입 기술자다. 2016년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영입됐다가 2020년 권고사직 당하고 이후엔 또 중국 내 다른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게 잠옷 바람으로 연행됐고, 지난 5월께 구속돼 허페이 한 구치소에 있다. 중국 당국은 A씨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기밀을 절취했다는 혐의를 적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창신메모리에 영입될 당시는 중국이 한국, 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들의 기술인재 빼가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점이다. 이후 한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전직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창신메모리로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가 지난 1월 줄줄이 구속된 이른바 '김 모 부장 8대공정 유출 사건' 범행도 201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해 문제가 된 기술유출 사건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한국인 기술자를 이용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기술을 빼 간 구조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기술자가 반간첩법 구속 대상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빼내 올 반도체 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까. 영국 FT(파이낸셜타임스)도 "A씨가 중국 반도체 기밀을 유출해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할 정도다.
A씨 가족과 지인들도 A씨가 중국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했거나 빼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신 A씨가 창신메모리에서 약속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후 새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컨설팅업체에 중국 반도체 산업 개괄을 설명했고, 이게 반간첩법 위반 판단의 빌미가 됐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했다.
이에 따라 이번 A씨의 반간첩법 구속이, 한국의 대 중국 반도체 기술 유출 차단 조치에 대한 대응책으로 구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A씨가 공안에 연행되던 시점은 8대 공정 유출사건의 주범인 김 모 전 삼성전자 부장 등이 구속된 직후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반도체 기술 유출 담장을 높이자 중국 측이 반간첩법을 걸어 한국인을 연행하며 견제구를 던졌다는 거다.
FT는 "한국 경찰이 올해 적발한 12건의 첨단기술 유출사건 중 10건이 중국 관련 사건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A씨 구속은 기술 통제에 대한 보복 조치일 공산이 크다.
한국 기술인력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간 중국 내에서 반간첩법 단골 처벌 대상은 일본인이었다. 지난해 3월 체포, 구속된 일본인 제약회사 직원을 포함해 알려진것만 최소 17명의 일본인이 중국에서 반간첩법으로 구속됐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칼날이 돌아선다. 교민사회의 긴장감도 고조된다.
한편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한국 공민(시민)은 간첩죄 혐의로 중국 관련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며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고 동시에 당사자의 각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중국(베이징)=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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