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보증금 500만 원도 버거워…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청년들[르포]
삶의 질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비주택 법적 기준 마련해야"
"월세 보증금 500만 원만 있어도 여기 안 살죠"
31일 기자가 가본 서울 도심 일대 고시원. 이곳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시원이란 '구획된 실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공간'을 뜻한다.
주로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 노인들이 고시원에 거주한다.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낮은 만큼 대부분의 고시원은 시설이 낙후됐다.
직접 방문한 중심가 고시원…외부 시설, 안전, 청결 '낙제점'
이날 직접 확인한 서울 중심가의 고시원 환경은 매우 심각했다. 오래되고 시설이 낙후된 고시원은 제대로 된 관리조차 안 되는 모습이었다. 좁은 복도에 마련된 분리수거장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40개에 달하는 객실에 비해 외부 통로도 좁아 화재나 비상 상황 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객실 안은 사람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다. 외벽에 붙어 있는 몇몇 방들을 제외하곤 창문도 없어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 화장실이 딸린 객실 안에서는 특유의 물때 냄새가 진동했다.
대학생 시절 고시원에 6개월간 거주했다는 김 모 씨(여·27)는 "내부 공간이 너무 좁아서 방에서 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등장한 '브랜드 고시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용 시설이 깔끔하고 내부도 비교적 청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 크기는 기존 고시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70만 원 가까이 하는 비싼 객실들도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납과 여유 공간에 있어 저가 객실보다 낫지만, 같은 월세 원룸 매물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보증금 없고 싼 건 알겠는데…"삶의 질은 보장해야"
청년들은 입을 모아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지 방을 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청년들의 입장이다.
고시원에 약 5개월간 거주하고 있는 김재헌 씨(남·26)는 "방 크기도 싱글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고, 창문도 없어서 정말 답답했다"며 "조금만 여기서 더 살았다간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거 같았다"고 말했다.
원룸 월세와 함께 오른 고시원 거주비도 부담이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 고시원 월세는 40만 원 후반에서 50만 원 중반에 형성돼 있었다.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와 동일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고시원에서 거주했다는 이 모 씨(남·26)는 "요즘 고시원 가격은 보증금을 제외하고는 큰 이점이 없는 거 같다"고 전했다.
지자체 노력에도 한계…"비주택 법적 기준 마련해야"
서울시는 낙후된 고시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는 열악한 고시원 거주자의 거주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안심 고시원'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기준 및 주거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소유 고시원을 안심 고시원으로 선정하고, 환경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비를 6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노후 고시원은 서울시가 사들여 기숙사 형식의 공유주거 형태로 리모델링한다.
다만 현행법상 주택이 아닌 고시원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쪽방·반지하 주택·고시원 등의 경우 '주거 기본법'의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비주택으로 분류돼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비주택에 적용하는 별도의 법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도 고시원에 '주거 개선 리모델링 지원금'을 지원하고, 고시원 주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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