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문해력 학원에 대기만 1~2년…대치동은 논술 열풍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유명 논술학원에 들어가려면 대기만 1∼2년이 걸린다.
문해력을 키워주겠다며 어린 나이에 학원수업을 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등생부턴 수능 국어 문제풀이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서울 대치동에 살고있는 학부모 김아무개(37)씨는 최근 6살 자녀의 논술학원 입학을 위해 온라인 수강신청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 학원은 4∼7살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대기를 걸어놔야 하는 곳’으로 통한다. 김씨는 “수강신청 창이 열린 지 1분도 안 돼 12반이 모두 마감됐다”며 “요즘 문해력 강화가 화두이다 보니 서둘렀는데도 대기번호 30번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영어유치원이나 주요 과목 학원 만큼 논술·독서학원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유명 논술학원에 들어가려면 대기만 1∼2년이 걸린다. 최근 문해력 저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논술 사교육 시장은 더욱 과열되는 모양새다. 이들 학원은 독서와 글짓기, 토론, 사고력 수업을 위주로 진행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주로 만들기와 글짓기 등을 곁들여 독서에 흥미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고학년부터는 신문 읽기나 역사·문학 개념 학습, 비문학 독해 훈련에 들어간다. ‘영재교육’을 내세우는 한 학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수능 국어를 풀 수 있게 한다고 홍보한다. 주 1회 수업에 수강료는 월 20만원 안팎(교구비 별도)이다.
문해력을 키워주겠다며 어린 나이에 학원수업을 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정혜승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문해력은 평생 길러야 하는 능력이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읽기·쓰기를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어린 시절부터 학원을 보내면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빨리 지칠 수 있다. ‘태도’가 부정적으로 바뀌면 아이들은 안 읽고, 안 쓴다”고 말했다.
모든 학습의 기반이 되는 문해력 교육마저 사교육 시장에 맡겨지면서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의 학습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앞으로 논·서술이 중요해진다는 입시 전망에 따라, 영어 중심이던 선행학습 열풍이 독서·논술로도 번지는 모습”이라며 “문제는 이런 경향이 확산될 경우 학교에서도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기준으로 가르치게 돼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존에도 가정에서 독서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간의 학습 격차를 느꼈는데, 여기에 사교육까지 곁들여진다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공교육 안에서 누구나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지금도 문해력 등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보충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이라며 “(교육당국의) 문해력 진단도구도 추상적인 결과를 내놓을 뿐이어서 학교 현장에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진단도구의 정확도 문제, 전문성 있는 교사 부족 문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혜승 교수는 “‘패밀리 리터러시’(부모가 자연스럽게 읽기·쓰기 환경을 조성하는 일)라는 개념이 있듯, 사교육을 찾지 않아도 가정에서 다독·다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정진석 “윤-명 통화는 ‘덕담’…대통령과 달리 김 여사, 명씨 못 끊어”
- 취임 뒤 최저 지지율 19%…‘육성 파장’ 채 반영되지도 않았다
- 트럼프 앞서는 해리스…사전투표 득표율 최대 29%P↑
- 라면 어디까지 먹어봤니? 구미 ‘475m 라면레스토랑’ 열린다
- 증권사들, 삼성전자 목표주가 줄줄이 내려…“5세대 메모리 불확실”
- 윤건영 “대통령 관저 ‘호화시설’은 스크린 골프장”
- [영상] ‘박근혜 공천 개입’ 기소했던 윤석열, 선거법 위반 수사 불가피
- 국힘 김재섭 “대통령실 해명 누가 믿냐…부끄럽고 참담”
- 유럽연합, 중국 ‘테무’ 불법 제품 판매 법 위반 조사 착수
- 트럼프 앞서는 해리스…사전투표 득표율 최대 2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