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앞두고 ICBM 깜짝 발사...김정은의 3가지 속셈

김인한 기자 2024. 11. 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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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北 핵보유국 지위 얻어 경제 제재 없는 '정상국가' 목표
北의 러시아 파병 '시선 돌리기'…내부 동요 잠재우고 체제 결속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고각 대신 정상각(30~45도)으로 발사하면 ICBM 핵심 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할 수 있다. 정상각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 차량인 중요군용대차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력을 과시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한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까지 과시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프레임을 전환하고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조선인민군(북한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언급하고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육군 예비역 출신인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관심을 미국을 겨냥한 ICBM으로 점증시켰다는 차원에서 상당한 전략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레버리징(지렛대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23일 수풀을 지나 지하벙커에 있는 ICBM 등 미사일 기지 내부를 공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ICBM 발사는 정치적 수순대로 이뤄진 것이고 미 대선이 끝난 이후 핵실험 등 플러스 알파 도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고각 대신 정상각(30~45도)으로 발사하면 ICBM 핵심 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할 수 있다. 정상각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들어설 새로운 행정부에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을 받지 않아 북한 내부 경제가 살아나 김정은 정권이 유지될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질타받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프레임 전환 목적도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러시아 동부의 한 군사 훈련 시설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물자를 받아가고 있는 모습. 사진은 러시아 매체 아스트라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 사진=뉴스1
합참 관계자는 이날 ICBM 발사 목적에 대해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라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이 미국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안전 위협시 확증보복 능력 가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며 "파병에 따른 국제적인 주목과 압박에 대응한 프레임 전환, 시선 흔들기 목적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최근 3대 전략핵 자산 발사 직후 북한도 연이어 ICBM을 발사한 것은 러북이 핵동맹임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두 국가의 핵동맹에 기반해 향후 국면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9일 적의 핵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대규모 핵 공격 훈련을 자행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ICBM 발사 뿐 아니라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에서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3대 전략핵 자산을 모두 가동한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최근 러시아 파병에 따른 북한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당성을 피력하고 한미 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은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선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尹 "북한 어떤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김정은 "핵무력 강화 로선 절대 바꾸지 않을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감시대에 올라 훈련강령에 따라 전투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대상물 정찰 및 습격 전투 훈련을 봤다"고 전했다. / 사진=뉴스1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한미 군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 직속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TEL 준비가 끝나 특정 지역에 배치됐으나 ICBM 등이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ICBM 발사 시점이 언제든 가능하지만 다음달 정도로 예측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마찬가지 전망이었다.

북한이 전날 우리 언론 보도를 접하고 허를 찌르기 위해 발사 시점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북한의 신속발사는 고체연료 사용으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주입시간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발사가 가능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포착 직후 윤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떤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ICBM 발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북한)의 안전을 위협해 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최근에 목격하고 있는 적수들의 위험한 핵동맹 강화책동과 각양각태의 모험주의적인 군사활동들은 우리의 핵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떤 위협이 국가의 안전 영향권에 접근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안전 상황과 가증되는 전망적인 위협과 도전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적인 전략공격무력을 계속 강화해나가며 핵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하게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핵무력 강화 로선(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도 했다.

북한 ICBM 쏘자 한미 전투기 110대 떴다…발사대 정밀폭격 훈련
합동참모본부가 31일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를 정밀 폭격하는 훈련을 감행했다. / 영상=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공군은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를 실시했다.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한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등의 전투기와 미국 공군과 해병대의 F-35B, F-16 등의 전투기, MQ-9 무인기 등이 참가했다.

한미 공군은 이날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대규모 연합 공격편대군을 형성해 적의 ICBM 발사대를 정밀 폭격하는 훈련을 감행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 약 110대의 한미 공군 전투기가 투입된 훈련이다. 연합군은 이번 훈련에서 적의 TEL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가상의 적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하게 침투해 적 전쟁지도부를 신속·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신형 고체 추진 ICBM을 12축(좌우 12개씩 총 24개 바퀴) 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TEL과 연료 주입시간이 필요없는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ICBM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발사할 수 있다.

합참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도발 규탄"
한미 공군은 31일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30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사격장에서 적 이동형 및 고정형 표적을 타격한 실사격 훈련을 공개했다. 사진은 GBU-12 공대지 유도폭탄이 적 방공망을 가정한 고정 표적에 정확히 명중한 모습. / 사진=합동참모본부

다만 북한이 핵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 군이 북한에 비해 공군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관련 발사가 임박했을 경우 즉각 타격 등이 가능하다. 합참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압도적으로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항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찬명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도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의 활용과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면서 "지속적인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러시아에 총알받이 용병 파견, 핵실험 준비 등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또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불법적 도발을 지속 자행하고 있다"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한미 공군은 31일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F-16, KF-16 전투기가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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