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앞두고 ICBM 깜짝 발사...김정은의 3가지 속셈
北의 러시아 파병 '시선 돌리기'…내부 동요 잠재우고 체제 결속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한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까지 과시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프레임을 전환하고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23일 수풀을 지나 지하벙커에 있는 ICBM 등 미사일 기지 내부를 공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ICBM 발사는 정치적 수순대로 이뤄진 것이고 미 대선이 끝난 이후 핵실험 등 플러스 알파 도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고각 대신 정상각(30~45도)으로 발사하면 ICBM 핵심 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할 수 있다. 정상각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들어설 새로운 행정부에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을 받지 않아 북한 내부 경제가 살아나 김정은 정권이 유지될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이 미국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안전 위협시 확증보복 능력 가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며 "파병에 따른 국제적인 주목과 압박에 대응한 프레임 전환, 시선 흔들기 목적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최근 3대 전략핵 자산 발사 직후 북한도 연이어 ICBM을 발사한 것은 러북이 핵동맹임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두 국가의 핵동맹에 기반해 향후 국면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9일 적의 핵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대규모 핵 공격 훈련을 자행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ICBM 발사 뿐 아니라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에서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3대 전략핵 자산을 모두 가동한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최근 러시아 파병에 따른 북한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당성을 피력하고 한미 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은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선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한미 군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 직속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TEL 준비가 끝나 특정 지역에 배치됐으나 ICBM 등이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ICBM 발사 시점이 언제든 가능하지만 다음달 정도로 예측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마찬가지 전망이었다.
북한이 전날 우리 언론 보도를 접하고 허를 찌르기 위해 발사 시점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북한의 신속발사는 고체연료 사용으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주입시간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발사가 가능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포착 직후 윤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떤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ICBM 발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북한)의 안전을 위협해 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최근에 목격하고 있는 적수들의 위험한 핵동맹 강화책동과 각양각태의 모험주의적인 군사활동들은 우리의 핵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떤 위협이 국가의 안전 영향권에 접근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안전 상황과 가증되는 전망적인 위협과 도전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적인 전략공격무력을 계속 강화해나가며 핵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하게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핵무력 강화 로선(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도 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공군은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를 실시했다.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한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등의 전투기와 미국 공군과 해병대의 F-35B, F-16 등의 전투기, MQ-9 무인기 등이 참가했다.
한미 공군은 이날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대규모 연합 공격편대군을 형성해 적의 ICBM 발사대를 정밀 폭격하는 훈련을 감행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 약 110대의 한미 공군 전투기가 투입된 훈련이다. 연합군은 이번 훈련에서 적의 TEL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가상의 적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하게 침투해 적 전쟁지도부를 신속·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신형 고체 추진 ICBM을 12축(좌우 12개씩 총 24개 바퀴) 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TEL과 연료 주입시간이 필요없는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ICBM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발사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핵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 군이 북한에 비해 공군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관련 발사가 임박했을 경우 즉각 타격 등이 가능하다. 합참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압도적으로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항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찬명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도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의 활용과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면서 "지속적인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러시아에 총알받이 용병 파견, 핵실험 준비 등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또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불법적 도발을 지속 자행하고 있다"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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