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인사의 계절, 증권가 온도는

김은령 기자 2024. 11.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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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모든 회사의 구성원들의 촉각이 곤두선다.

연말 인사의 계절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인사 시즌 증권가는 '쇄신'보다는 '안정'이 키워드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인사의 계절, 이같은 무게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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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모든 회사의 구성원들의 촉각이 곤두선다. 연말 인사의 계절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증권가는 세대교체 돌풍이 불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온도다. 수장이 바뀐 주요 증권사들의 첫 해 성적표가 나쁘지 않아서다. 지지부진한 증시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인사 시즌 증권가는 '쇄신'보다는 '안정'이 키워드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형 증권사들은 상반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리테일 부문의 견고한 영업기반으로 안정적인 리테일 수익을 창출했고 금리가 떨어지며 상품운용손익이 회복됐다. DCM시장 확대와 인수금융 실적이 개선되면서 IB 수익도 살아났고 지난해 앞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추가 충당금 부담도 제한적이었다.

업계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부실 문제도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최근 수년간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완충력을 갖췄고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이익 창출력을 높이며 차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부담이 됐던 부동산, IB(기업금융) 부문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를 둘러싼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 거래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주식 거래가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고 IB, 부동산 사업 실적도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평가 이익도 쏠쏠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불법 거래 등 내부통제 미흡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 사고가 발생하며 또 다시 폭풍이 몰아쳤다. 최근 수년간 강화해 온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 다시 허점을 보인 셈이다.

제재를 앞두고 있는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자전거래 문제도 업계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증권사들이 일부 고객에 약속한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채권 돌려막기를 한 행위를 적발하고 KB증권, 하나증권 제재를 시작으로 나머지 증권사들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업계 전반이 불법 행위를 자행해왔던 것이다.

실적, 수익을 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이 같은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수익을 우선하는 조직 문화와 높은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라는 구조에서 금융 사고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고객 신뢰가 경쟁력인 금융업에서 내부통제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자리보전과 직결되기도 한다. 지난해 떠난 CEO들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인사의 계절, 이같은 무게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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