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해리스냐… 美 대선 앞두고 계산기 두드리는 시진핑
해리스·트럼프 모두 대중국 견제 기조
단 무역·첨단기술 등에서 정책적 차이
中, 美 대선 결과 따라 정책 강도 조절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당선 시 중국에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뽑히든 가시밭길은 예고됐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계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각 후보가 선택할 중국 견제 수단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그에 따라 중국이 받게 될 영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주요 정책의 집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중국 관세 60% 때리는 트럼프, 현행 수준 유지하는 해리스
무역 부문의 경우 당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현지 매체 등을 종합하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대중국 노선으로 각각 디리스킹(de-risking·중국의 위협 제거)’과 ‘디커플링(de-coupling·중국과의 결별)’을 제시했다. 디리스킹은 디커플링보다 완화된 대중국 견제 기조로, 양국 간 경제가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는 미국의 인정에 기초한다. 다만 미국이 경제 안보를 위해 중국 견제를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중국은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모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자오밍하오 푸단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중국 입장에선 독이 든 그릇 두 개일뿐”이라며 “두 사람 모두 중국을 경쟁자 또는 적으로 본다”라고 했다.
다만 디커플링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은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 향후 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폭탄에 반대한다는 면에서 중국에 비교적 희망적이다. 그는 현행 관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현행 관세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해리스는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서로 뺏고 빼앗아 결국 승자는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해리스는 2020년 10월 상원의원 시절 당시 트럼프 정부의 부통령이던 마이크 펜스와의 토론에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 때문에 미국은 3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고, 농부들은 파산했다”라며 “당신들은 그 전쟁에서 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의 이같은 발언을 재조명하며 “해리스는 트럼프와 달리 무역 전쟁에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해리스는 첨단기술 견제 강화, 트럼프는 칩4 폐지 가능성
첨단기술 부문에서는 해리스에 대한 중국의 경계감이 높은 상태다.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 규제가 강화됐고, 해리스가 승리하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내년 1월 2일부터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 관련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워싱턴DC의 신미국안보센터(CNAS)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반도체나 AI 등 첨단 분야에서 내놓은 대중 제재 조치는 40개가 넘는다.
트럼프도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조치에 나서겠지만, 방법론 측면에서 해리스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부문이 동맹 활용 방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3월 한국·일본·대만 등 3개국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를 제안했다. 주요 반도체 4개국끼리 기술 동맹을 맺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성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의 왕쥔셩 주임은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가 개최한 한중경제포럼에서 “트럼프는 특정 경제적 이익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가치관 동맹국 카드, 국제적 책임은 모두 버려지거나 폐기될 것”이라며 칩4를 그 대상 중 하나로 꼽았다.
나아가 트럼프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왕 주임은 “확실치 않지만 (트럼프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완화해 대중국 수출을 늘리고, 미국이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결국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만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전략적 모호성’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 중 하나인 대만의 경우,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모호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만을 군사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경우 중국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리스 역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바이든 대통령과 상반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는 바이든 이전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으로 의도적으로 회귀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두 후보간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경우 자신들이 대만의 ‘보험회사’라며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 주임은 “타국의 안보, 대만 문제는 모두 (트럼프에게) 거래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즉 대만이 댓가를 치르지 않을 경우 트럼프는 대만에 거리를 둘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리스는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2021년 4월 싱가포르 순방 당시 “우리는 베이징(중국 정부)이 남중국해에서 강압하고, 위협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베이징의 행동은 규칙 기반 질서를 계속 훼손하고,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위협에 직면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한다”라고 연설한 바 있다.
◇中 대응책 고심… 재정 부양책 발표도 美 대선 뒤로 미뤄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중국으로선 최대한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회담에 나선 것도 미국과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가계 자산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실업률도 치솟는 등 서민 생활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과의 갈등으로 경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면 시진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시진핑이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며 “대립·갈등 배제, 상호 존중, ‘윈윈’하는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지속적으로 미국 측에 요청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 대선에 출마한 두 후보 모두 중국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최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달 4일부터 개최가 예정돼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수년간 10조위안(약 1933조원) 이상의 추가 부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 패키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회의는 10월 말 예정돼 있었지만, 이달 초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11월 5일 미국 대선 주간과 겹치는 회의 시기는 중국 당국이 선거 결과에 따라 총액을 포함한 부양책의 내용을 조정할 수 있는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역풍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재정 부양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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