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며 지켜온 여성국극, '정년이'로 관심…춤이라도 추고 싶어"

김가영 2024.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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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 인터뷰
"여성국극 다룬 '정년이', 너무 고마운 작품"
"김태리, 자세부터 소리까지 참 잘해"
"여성국극, 드라마 붐 타고 잘 계승돼야"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인터뷰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빚을 지고 사글세에 살면서도 여성국극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혼자 몸부림쳤어요. 그런데 이렇게 관심을 받는다니, 춤이라도 추고 싶어요.”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사진·90)이 tvN ‘정년이’로 시작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에 이같이 소감을 털어놨다. 30일 이데일리와 만난 조 명인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에 대해 “감명 깊게 봤다”며 “시작할 때부터 고마웠고 즐겁고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조영숙 명인은 1951년 임춘앵 선생(1924~1975)이 이끌던 여성국극 동지사에 입단해 소리를 시작했다. 2024년인 현재까지 무대에 서며 여성국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국극의 살아 있는 역사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정년이’의 원작인 동명 웹툰부터 자문을 해준 작품 탄생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짧은 머리부터 무엇이든 행동하는 당돌함 등 드라마 주인공 윤정년(김태리 분)의 모습도 실제 조 명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드라마 제작에도 기여를 했다. 촬영 현장에 방문해 주연 배우들에게 소리·국극에 대한 조언을 해줬고 오프닝에 참여해 소리로 배역 소개를 하기도 했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며 도운 것이다.

조 명인은 “김태리가 참 잘하더라. 그 어려운걸”이라고 감탄했다. 이어 “촬영 현장에 방문했을 때 남자 연기를 하는 방법을 설명해 줬다”라며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걷고 손은 달걀 쥐듯 하고 팔자걸음으로 걸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방송을 보니)그대로 하고 있더라”고 극찬했다. 또한 “창을 할 때도 여성국극의 창이 판소리 창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는데, 그 감정을 잘 알고 차이를 두며 하더라”라며 “어려운 연기인데 잘 해줘서 정말 고맙고 감격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인터뷰
판소리 명창이자 창극의 개척자인 김창환(1987~1910)의 제자인 조몽실(1900~1949)의 무남독녀로 태어난 조 명인은 “광대의 딸로는 키우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운명처럼 국극단에 입단했고 한평생을 여성국극을 위해 힘 쏟고 있다. ‘정년이’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부터 여성국극을 시작해 전성기와 암흑기를 함께 보냈다.

현 아이돌 시장보다 화려했다는 전성기 이후 암흑기까지 직접 겪은 조 명인은 “(여성국극이 관심받는 것이)몇십 년 만이냐”라며 “여성국극 전성기가 지나고 1960년대에는 배우들이 약장수에게 가서 공연을 하고 같이 약을 팔았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같은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정년이’로 비롯된 현 관심이 더 의미 있다. 조 명인은 “나라에서도 여성국극을 외면했는데 드라마를 통해 관심이 생기다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주셨다”라며 “너무 감격스럽고 내가 도울 것이 있으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조 명인은 어렵게 생긴 관심인 만큼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여성국극을 만들어 이 열풍을 잘 이어가야 한다”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여성국극이 사라지면 우리의 전통인 국악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거예요. 그만큼 잘 지키고 계승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화재가 돼야 해요. 국가문화재(국가유산)가 어렵다면 지역문화재(지역 무형유산)라도 되어야 명맥은 안 끊길 것 아닙니까. ‘정년이’가 붐을 일으켰으니 이 붐을 타서 누가 나서줘 여성국극 제대로 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90세가 된 조 명인은 현재 제자들을 가르치며 여성국극의 계승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조 명인의 제자인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이수자 변민지 씨도 ‘정년이’ 방영 이후 달라진 관심을 체감한다며 “선생님이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장르가 이제야 빛을 보니 행복하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것을 저희 제자들이 잘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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