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 74%가 담보·보증대출…위험 피하는 은행
담보·보증대출, 전체대출 74% 달해
‘생산성 낮은’ 부동산·도소매업 비중 늘려
신용평가체계 혁신 대신 ‘손쉬운 리스크 관리’
김남근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개선”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올해 상반기 은행권 전체대출 74%가 담보·보증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보증대출은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았을 때 은행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대출’이다. 은행이 신용·기술평가 시스템 혁신으로 리스크를 줄이기보다는 검증된 영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대출도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 대출잔액이 늘고 있어 은행 신용공급이 ‘돈 떼이기 어려운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권이 담보대출 위주로 여신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대출은 지난 2022년 1분기 말 1133조 8000억원에서 9개 분기 만에 184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보증대출은 약 16조 증가했다. 이처럼 담보·보증대출이 200조원 늘어나는 동안 신용대출은 58조 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 전체대출 중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분기 말 27%에서 26%로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담보·보증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리스크가 크다. 반면 담보·보증대출은 대출 부도 시 은행이 담보를 내다 팔거나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액 최대 100%까지 보전을 받을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은행들이 중·저신용 개인·법인 대상 신용평가를 고도화해서 대출 리스크를 줄이는 대신 손쉬운 리스크 관리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인 대출 구조상 신용대출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며 “은행으로서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신용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대출한도가 많고 소비자로서도 낮은 금리의 담보·보증대출을 선호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책성 보증자금 대출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은행 신용공급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산업군으로 흘러가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기준 은행 기업대출잔액은 1361조 9000억원으로 부동산업(297조 1000억원)이 제조업(443조 9000억원) 다음으로 대출잔액이 많았다.
부동산업이 전체 기업대출의 22%를 차지하는 것이다. 부동산업 다음으로는 도·소매업(181조 4000억원) 대출이 많아 은행 자금이 부동산과 도소매에 집중(35%)돼 있었다.
실제 부동산·도소매업 대출잔액 증가폭도 컸다. 2022년 상반기 부동산업(256조), 도소매업(163조 8000억원)에서 2년 새 각각 41조 1000억원, 17조 6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56조 2000억원 늘어 부동산·도소매업의 대출잔액 증가량이 더 컸다.
부동산업에는 임대사업자대출, 부동산 공급·개발·중개·관리업 등이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업 대출이 늘어난 건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치가 많이 올라간 영향이다”며 “부동산 시장 활황 등 시장 상황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국회에서는 은행들이 기존의 ‘손쉬운’ 대출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생산성 있는 분야에 신용을 공급해야 한다고 본다.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등 신용평가체계(CSS) 혁신도 주문하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국내 은행들이 후진적 금융기법이라 비판받는 담보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비판이 나올 때마다 신용위험 운운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보여주듯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영업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가계대출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포용금융은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고 지적했다.
김나경 (givean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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