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의 15년만 WS 망친 공수 붕괴..가을에 또 작아진 저지, 지터와는 달랐던 ‘캡틴’[슬로우볼]

안형준 2024.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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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저지의 시즌은 본인의 실수로 끝나버렸다.

뉴욕 양키스는 10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양키스는 6-7 역전패를 당했고 시리즈를 1승 4패로 마쳐 준우승을 차지했다.

1-3차전을 내리 내준 양키스는 전날 열린 4차전에서 벼랑 끝 1승을 거뒀다. 드디어 타선이 폭발하며 프레디 프리먼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다저스를 제압했다. 그리고 이날 5차전에는 에이스 게릿 콜이 등판했다.

콜은 역시 에이스다웠다.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선보이며 다저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도 콜을 도왔다. 3회까지 매 이닝 득점하며 5-0 리드를 안았다. 콜의 컨디션을 감안할 때 5점의 점수차는 너무도 커보였다.

4회까지의 주인공은 콜과 애런 저지였다. 저지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선제 2점포를 쏘아올렸다. 1사 후 후안 소토가 출루하자 양키스 선발 잭 플래허티를 상대로 초구를 걷어올려 벼락같은 홈런포를 터뜨렸다. 경기가 그대로 흘러갔다면 결승 홈런이 될 수도 있었다. 6-7차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만큼 이날 경기는 올시즌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 경기였다. 저지의 홈런은 뉴욕 홈팬들에게 시즌 홈 최종전 승리라는 선물을 줄 수 있는 한 방이었다.

하지만 양키스의 꿈은 5회초 무너졌다. 5회초 양키스는 5실점하며 리드를 잃었다. 그리고 경기 막바지 결국 역전까지 허용해 패했다.

원흉도 바로 저지였다. 저지는 5회초 무사 1루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토미 에드먼의 중견수 직선타 타구를 놓쳤다. 손쉽게 잡을 수 있는 평범한 타구였지만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저지의 실책은 '스노우볼'이 돼 동점까지 이어졌다. 곧이어 유격수 앤서니 볼피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무사 만루가 됐고 콜이 가빈 럭스와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처리했지만 무키 베츠의 내야안타, 프레디 프리먼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연속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동점이 됐다.

저지의 실책만 없었다면 큰 위기 없이 끝났을 5회초였다. 하지만 경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돼 있었다. 영웅에서 역적으로 순식간에 추락한 저지였다. 저지는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를 자신의 손으로 망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키스 '캡틴' 저지는 올해 정규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58경기에 출전해 .322/.458/.701, 58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장타율, OPS, 홈런, 타점은 물론 볼넷(133)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bWAR는 10.8. 62홈런을 쏘아올리며 MVP를 수상했던 2022년(10.2)보다도 높았다. 타율도 아메리칸리그 3위였지만 내셔널리그였다면 압도적인 1위였을 수치였다. 2년만에 다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할 것이 확실시 되는 성적을 썼다.

하지만 가을 무대는 혹독했다. 저지는 올해 포스트시즌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홈런, 타점 없이 .154/.389/.231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5경기 .167/.261/.500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두 시리즈 연속 1할 타율을 기록한 저지는 월드시리즈에서도 1-4차전 4경기에서 15타수 2안타, 타율 0.133에 그치는 극도의 부진을 이어갔다. 심지어 장타도 없었다.

5차전 첫 타석에서 드디어 자신의 통산 월드시리즈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주인공으로 도약하는 듯했던 저지였지만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저지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14경기 .184/.344/.408 3홈런 9타점의 아쉬운 성적으로 마쳤다.

문제는 이게 또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기회였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저지의 통산 첫 월드시리즈였을 뿐 아니라 양키스 입장에서도 2009년 우승 이후 처음으로 진출한 월드시리즈였다. 21세기 들어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2연패'가 나오지 않은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아무리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고 해도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양키스는 올해의 기회를 잡는 것이 절실했다. 강력했던 올시즌의 전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주포인 저지 본인도 다음시즌에는 33세가 된다. 올가을 팀 홈런 신기록을 쓴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곧 35세가 된다. 그리고 올해 저지와 함께 타선을 앞장서서 이끈 후안 소토는 이제 FA 시장으로 향한다. 에이스 콜도 벌써 34세다.

주축 선수들은 언제 기량이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고 이들을 받쳐줄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아직 부족하다. 같은 지구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가운데 만약 소토가 팀을 떠난다면 당장 내년시즌부터 양키스는 지구 우승도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저지는 원래부터 가을 무대에 강한 타자는 아니었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58경기 .205/.318/.450 16홈런 34타점. 홈런은 많지만 홈런 숫자 외의 타격지표는 형편없다. 저지의 통산 정규시즌 성적이 무려 993경기 .288/.406/.604, 315홈런 716타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MVP 시즌이던 2022년에도 저지는 포스트시즌에는 9경기 .139/.184/.306 2홈런 3타점의 형편�L는 성적을 썼다.

큰 경기에도 강한 타자였던 전 캡틴 데릭 지터와의 차이도 두드러진다. 지터는 포스트시즌을 통산 16번, 158경기나 치르면서 .308/.374/.465 20홈런 61타점 18도루를 기록했다. 거포형 타자가 아니었고 중심타선보다는 테이블세터를 맡은 선수였기에 홈런과 타점은 많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성적과 화려했던 통산 정규시즌 성적(.310/.377/.440 260 HR 1311RBI 358SB)은 거의 비슷했다.

'미스터 노벰버', '캡틴 클러치'라는 별명도 큰 경기,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내는 선수였기에 얻은 것이었다. 2000년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수비력이 실제보다 고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지터지만 2001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보인 '더 플립' 등 지터는 수비로도 전설로 남을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정규시즌 누구보다 뛰어난 타자였던 저지였지만 가을에는 또 작아졌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팀의 가을마저 끝내버렸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음에도 끝이 좋지 못했던 저지는 마지막에 결국 웃지 못했다.

'지터의 시대'에 5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양키스다. 과연 '저지의 시대'에는 한 번이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자료사진=애런 저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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