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도 유전자로 치료할까

김윤화 2024.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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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일으키는 단백질 발현 억제
국내에서는 올릭스 등 연구 개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체내 생성을 억제하는 RNA(리보핵산)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도 독자적인 약물 전달체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계 제약사인 리제네론과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는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알츠하이머 치료후보물질 'ALB-APP'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산을 억제하는 원리의 RNA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만드는 특정 단백질(APP)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분해해 APP의 체내 생산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임상 1상 중간데이터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여한 결과 뇌척수액 내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최대 90%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고용량 투여 환자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7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최소 3개월 동안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미국계 제약사인 바이오젠은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와 손잡고 RNA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료후보물질인 'BIIB080'를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치매를 일으키는 타우단백질의 발현을 원천 차단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약효를 확인했으며 현재 미국, 일본 등에서 3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RNA 치료제가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CNS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CNS 질병은 인구 고령화로 환자수가 늘고 있지만 복잡한 병리작용 등으로 인해 치료제 개발 속도가 더딘 편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을 분석한 연구에서 2, 3상 시험을 통과할 확률은 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바이오협회(BIO)에 따르면 통상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2상, 3상 시험을 통과할 확률은 약 17%로 알려져 있다.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우리 몸에서 약물을 비롯한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이다. 이를 통과할 별도의 약물 전달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는 이러한 문제를 넘기 위해 BBB를 통과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약물 전달 플랫폼(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RNA에 C16이라는 지방산을 붙여 지질 친화성을 높이는 원리다. 지질 친화성이 높아진 RNA는 BBB를 더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 

바이오젠의 경우 정맥이 아닌 뇌척수액으로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BBB를 통과하도록 했다. 약물이 표적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이점이 있으나 투여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이 큰 단점이 있다.

올릭스는 현재 뇌 질환 등을 타깃으로 하는 RNA(리보핵산) 치료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사진=올릭스

국내에서는 바이오오케스트라, 올릭스 등이 CNS 분야에서 RNA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해 한 글로벌 제약사에 RNA 약물의 CNS 전달 원천기술을 8억6100만달러(1조1900억원) 규모에 이전하면서 주목받았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이 원리를 활용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자체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탈모, 비만 등의 분야에서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올릭스도 아직 초기 단계이나 'OLX401', 'OLX402' 등의 CNS 치료제 연구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과거 전임상 시험에서 자체 개발한 CNS 질환 표적 플랫폼을 적용한 약물이 뇌 조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는 종류의 신경계 질환이 있는데 이 중 치료대안을 가진 것은 100여개에 불과하다"며 "RNA 등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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