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뺏으려다 불쌍해서 2.2조 뺏었는데 2.1조 줬다는 언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4. 11. 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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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부처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에서 최 부총리는 “내국세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결정이 되기 때문에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0월29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논리는 지방교부세는 국세와 연동되는데 국세가 줄었기 때문에 지방교부세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가 내국세와 연동되는 것는 맞는다. 다만 정산 시점이 문제다. 법에 따라 국회는 올해 내국세 예측치의 약 20%를 지방정부에 교부세로 나눠주는 것을 확정했다. 지방정부는 균형재정 원칙에 따라 국회가 확정하고 정부가 주기로 약속한 교부세 금액만큼 세출을 편성하고 10월 말 현재 상당부분 집행까지 완료한 상태다.

법과 원칙과 관행은 올해 내국세가 초과세수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세수결손이 발생했는지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 2025년에 진행되는 2024년 결산 때다. 결산을 해보니 초과세수 또는 세수결손이 발생했으면, 이를 정산해야 한다. 다만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면 정산 시점은 2026년이다. 어차피 중앙정부가 2026년에 줘야 할 교부세에서 2024년 세수결손분만큼 제하고 주는 것이 법과 원칙과 관행에 맞는 행정이다. 그동안 계속 이렇게 해왔다.

다만, 결산전에 세수결손을 인식하고 당해연도 교부세를 바로 감액하고자 한다면, 올해 교부세 감액 추경을 하고 교부세를 감액할 수는 있다. 법에는 맞지만 관행에는 맞지 않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사례가 있을뿐이다.

특히, 추경도 하지 않고 여야가 합의한 본예산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예산에 계획된 교부세를 임의로 미지급 하는 것은 법과 원칙, 관행 모두에 위배 된다. 지난해 세수결손 사태 때 임의로 교부세를 미지급한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위배하는 위헌적인 행동이다. 실제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반헌법적인 교부세 임의 삭감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는 어제 교부세 세수 결산 30조 원에 대한 정산분 4.3조 원 중에서 2.2조 원을 임의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결산도 없이, 추경도 없이 2.2조 원을 미지급 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를 전하는 언론이다.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지방교부세 2조1천억 추가 교부>다. 리드를 읽어봐도 약 2조1000억 원을 추가 교부한다고 하니, 지방정부의 숨통이 좀 트일것만 같다. 깡패가 4.3조 원을 법적 근거 없이 뺏으려다가 불쌍해서 2.2조 원만 뺏은 것을 2.1조 원을 교부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오보다.

▲ 2조2천억 원을 미지급하는 행안부를 2조1천억 원 추가로 교부한다고 표현한 연합뉴스 보도

※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11만 원 뺏어놓고 3만 원 돌려주면 그게 나눠준 것인가

교부세 미지급 사태를 오해할 수 있는 단어가 '추가교부'라면 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재정 평탄화'라고 생각한다.

교부세 정산시점을 달리하는 이유는 '재정 평탄화'(fiscal smoothing)를 위한 조치다. 2022년에는 세수 결손이 문제가 아니라 초과세수가 문제가 되었다. 당시 2022년 초과세수가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고 2022년 초과세수에 대한 교부세 정산을 22년 당해 지방정부에 모두 나눠주었다. 법에는 맞는다. 추경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당시 좋은 행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원칙대로 2022년도 초과세수를 2023년도와 2024년도에 나누어서 반영했다면 재정 평탄화 효과가 발휘 되었을 테다. 세수 결손에 시달리는 2023년도, 2024년도에 2022년도 초과세수 정산분은 마중물이 될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다. 2023년도, 2024년도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마이너스 정산 시점은 법과 원칙과 관행에 따라 2025년 2026년도에 나누어서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중기 국세 수입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올해 세수결손에 대한 정산은 2026년도에 재정 평탄화 효과가 발생한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한 관계자가 5만원권을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022년도 초과세수 정산을 2022년도에 모두 한 것에 이어 2023년 9월 세수 결손 규모를 59조 원으로 예측하고 11조 원의 교부세를 미지급한다고 했다. 그런데 2023년 11월 다시 세수 결손 규모를 재추계한 결과 59조 원이 아니라 56조 원으로 3조 원의 여유가 생겼다. 12월달에 지방정부에 3조 원을 교부했다. 수도꼭지를 최대로 찬물로 틀다가 다시 최대로 더운물로 트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게 찬물, 뜨거운물 수돗꼭지를 번갈아트는 재정 운용은 운전 미숙자의 상징이다.

그나저나 12월에 지방정부에 3조 원을 나눠주면 지방정부는 그 돈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12월에 추가로 받은 3조 원을 쓰려면 12월에 추경을 하고 12월에 집행을 해야 한다. 의회가 확정한 예산안 집행을 안 지키다 보니 지방정부는 의회가 편성한 대로 예산을 써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정부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 평탄화'라는 키워드를 사설에 언급한 전남매일 신문 사설은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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