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암 극복’ 서사에 맞서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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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암 진단을 받은 뒤 맥주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나는 김도미 작가의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 잔의 자유'라는 제목만 읽고도 걱정부터 했다.
저자는 정확히 우리 사회의 암 환자를 향한 이런 지점의 '통제적' 문화를 비판한다.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얘기하는 저자의 질병 서사를 접한 암 환자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고, 우리 사회에서 암 환자가 재현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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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서사
김도미 지음 l 동아시아 l 1만7000원
2019년 12월 암 진단을 받은 뒤 맥주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나는 김도미 작가의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 잔의 자유’라는 제목만 읽고도 걱정부터 했다. ‘맥주 한 잔이라고? 술은 안 되는데… 어쩌려고…’
저자는 정확히 우리 사회의 암 환자를 향한 이런 지점의 ‘통제적’ 문화를 비판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몸에 나쁘잖아.” “무리하는 거 아냐?” “괜찮겠어? 그래도 되는 거야?”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던 암 경험자로서, 암 환자가 되면 ‘환자 역할’만을 강요받는 암 치유 문화를 문제 삼는다. 맥주 이야기는 암 경험자 한 친구가 날씨가 무척 더운 어느 날 맥주 생각이 간절해 ‘무알콜 맥주’ 몇 모금을 마신 뒤 주변 사람들에게 혼난 경험을 저자에게 나눠준 것이었다.
지난 2022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저자는 기존의 ‘암 극복’ 서사를 거부한다. 암 치유를 위해 “개인이 그 자체로 인간일 수 있게 하는 욕망과 불순한 감정들을 완치 이후로 완전히 유예되게끔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실컷 불만을 제기한다. 항암 식단을 해 먹이고 통원을 돕고, 각종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암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좋은 통제’를 제공하여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을 없애주는 시설이라고 해석한다.
100명의 사람에게 100명의 고유한 개인의 특성이 있듯, 암 환자가 질병을 대하는 방식도 무지갯빛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암 환자 서사’는 천편일률적이다.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얘기하는 저자의 질병 서사를 접한 암 환자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고, 우리 사회에서 암 환자가 재현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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