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한 사람을 맞는다’…떠난 시인에 대한 고백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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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주(1945~1994)가 타계한 지 30주년 됐다.
곽재구·나희덕·안도현·안희연·이동우·이설야·이원규·주민현·최백규·최지인·황인찬 등. 떠난 시인에 대한 고백이기도, 여전히 떠나지 않은 억압의 세계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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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권민경·유병록·황지우 등 지음 l 걷는사람 l 1만5000원
시인 김남주(1945~1994)가 타계한 지 30주년 됐다. 아직 남은 시인들은 시를 추렴했다. “한 사람이 시대를 맞는다// 시대가 한 사람을 맞는다// 부둥켜안는다// 둘 다 미쳤는데,// 저렇게 정확히// 서로를 알아본다”. 시인 이영광의 ‘사랑-김남주 선생 영전에’로 시작하는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얘기다. 시집 제목은 1994년 2월16일 엄수된 시인의 민주사회장에 올려진 조시(황지우 시인)에서 따왔다.
뒤를 이어 시를 쓰고 삶을 짓는 시인 101명이 참여했다. 곽재구·나희덕·안도현·안희연·이동우·이설야·이원규·주민현·최백규·최지인·황인찬 등…. 떠난 시인에 대한 고백이기도, 여전히 떠나지 않은 억압의 세계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모두 다 김남주 시의 리바이벌이겠다. “이 여름에 나는 여전히/ 만약에 묶여 있는 능소화/ 풀어줘도 스스로 압송된//…// 이 여름에 나는 능소화/ 이 여름에 나는/ 이 여름에 나는/ 당신에게 묶여/ 붉게 우는 능소화”(‘이 여름에 나는’, 조은영)는 시인의 ‘이 가을에 나는’이고, “바깥 풍경에는 같은 시간 같은 곳이 없다/ 팽목항 파도 한 자락/ 미얀마 시가의 한 모퉁이/ 가자 지구 아이의 벗겨진 신발 한 짝/ 로키산맥 산불 아르헨티나 폭설//…//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땅탁구는 처방전이 될 수 없고/ 마침표를 찍지 못한 나의 문장은/ 탁구공처럼 튀어 너에게 간다// 다음은 너의 차례다”(‘땅탁구도 올림픽 종목에 끼어 있기만 한다면야 내 팔자도 늘어진 개 팔자가 될 텐데……’, 이지호)는 시인이 교도소 좁은 운동장에서 비좁게 즐겼다는 땅탁구의 확장된 세계다. “떨어져 죽고 끼여 죽고 맞아 죽고 부딪혀 죽고 깔려 죽고 붕괴되어 죽고 있습니다”(‘노동의 미래’, 안현미)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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