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러, 사랑해서 무심한 듯 달려볼까 [책&생각]

임인택 기자 2024. 11.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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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로맨스다.

"섹스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 사랑에 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아니"던 '나'가 "사랑에 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섹스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믿는 쪽은 아니"게 되기까지 "음.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하는 성장기.

소설은 때로 좀 적나라해진다.

그리 특이하달 게 없는 인물과 주제가, 그러나 한 호흡으로 얼마나 달달해지는지가 소설가 이지의 장편 로맨스 '노란 밤의 달리기'로 경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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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작가. 한겨레출판 제공

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l 비채 l 1만6800원

이 소설은 로맨스다. 30살 ‘나’의 사랑 관찰기다. “섹스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 사랑에 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아니”던 ‘나’가 “사랑에 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섹스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믿는 쪽은 아니”게 되기까지 “음.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하는 성장기.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연상의 ‘엘’은 “말이 너무 많”지만, ‘나’는 ‘엘’을 잘 모른다. 소설은 때로 좀 적나라해진다. 자신만의 언어를 쓰며 거칠어지는 엘. “즐겁혀줄게. 이리 와봐.”

나는 부모에게 버려진 기억 속에서 산다. 아빠가 게이란 사실을 알고 엄마는 옷장 속에 날 두고 떠났다. 그런 추억조차 윤색하여 상상해보길 좋아하(지 않고서는 아마 제 삶을 버틸 수 없)는 나. 사진 전공자로, 세운상가에서 ‘서식’하는 예술가 중 하나다.

그리 특이하달 게 없는 인물과 주제가, 그러나 한 호흡으로 얼마나 달달해지는지가 소설가 이지의 장편 로맨스 ‘노란 밤의 달리기’로 경험된다.

도시 재생의 마중물로 쓰이다 버려지는 젊은 세대가 자본 없어 즉각 ‘잃어버린 세대’가 되는 세태를 자락에 깔되, 작가는 연민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예술로 삶을 감당하는 것은 허황해 보이고, 하다못해 동물적 꿈을 함께 꾸는 반려견이 힘이 된다는 것은 잘아 보이지만, “받는 법을” 모르고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에겐 그것만이 실재이고 가능한 현실이다.

작가의 바로 전 소설집 제목은 ‘나이트 러닝’이다. 이번 제목은 ‘노란 밤의 달리기’다. 저 밤에 “약하디약한” 빛이 스미고 있다. 공포가 조금 더 사윈다. 무심한 듯 달려볼 만한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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