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착취 ‘성과사회’…한병철 “무위가 해법”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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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과 향상을 위해 경쟁하는 성과사회에서 살고 있다.
재독 철학자인 지은이는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실현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기를 숭배하고 경건히 예배한다. 그 예배에서 모든 각자는 자기 자신의 성직자"라고 설파한다.
무위는 "우리가 활동하긴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위할 때 삶은 '관조 모드'로 전환되고, "무위가 비로소 우리를 삶의 비밀에 입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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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하는 삶
무위에 대하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l 김영사 l 1만6800원
우리는 성과 향상을 위해 경쟁하는 성과사회에서 살고 있다. 여기선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한다. 재독 철학자인 지은이는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실현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기를 숭배하고 경건히 예배한다. 그 예배에서 모든 각자는 자기 자신의 성직자”라고 설파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무위(無爲)’를 강조한다. 무위는 “우리가 활동하긴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무언가를-위하지-않음, 목적과 효용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위의 핵심 본질이다. 이것은 행복의 기본 공식”이다. 우리가 무위할 때 삶은 ‘관조 모드’로 전환되고, “무위가 비로소 우리를 삶의 비밀에 입문시킨다”.
지은이는 ‘20세기를 행위의 시대로 규정하고, 행위하는 삶을 강조하면서 관조하는 삶을 무시했다’며 한나 아렌트를 비판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불멸의 명성 추구하기는 ‘행위하는 삶의 원천이자 중심점’”이다. 반면 “아렌트는 관조하는 삶을 세계를 외면하는 도피로 해석한다.”
이러한 인식에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도 “경탄하며 응시하기”가 아니라 “오로지 행위하기”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일어나고, 이는 통제 상실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지은이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위기를 부른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언급한다. 그는 “인간의 행위가 자연을 완전히 흡수하고 착취하는 시기, 바로 이것이 인류세”라고 말한다. 책 말미엔 이렇게 덧붙인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들의 공화국에 속한 시민일 따름이다. 식물들, 동물들, 돌들, 구름들, 별들도 그 공화국의 동료 시민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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