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거미줄 같은 지역 네트워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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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 있다.
하지만 시골에 있는 식당이라 해도 중국산 배추를 쓰는 게 일반적이고, 지역 마트엔 전국 농산물이 다 모여 있어 정작 우리 동네 농민들이 생산한 것을 구입하기 쉽지 않다.
왜 다른 지역엔 이런 식당이 생기지 않을까.
'두머리부엌' 같은 협동조합 식당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농민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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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 있다. 특별한 가게 입구에 쓰여 있는 글을 조금 옮겨본다.
“우리 동네 농부가 농사지은 곡식, 채소로 끼니를 때울 수 있으면 좋겠다. 꼬부라진 오이도, 벌레 먹은 못난 감자도 버리지 않고 나누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농사를 짓다보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멀쩡하고 빛깔 나는 채소·과일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의 농산물을 많이 볼 수 있다. 활처럼 굽은 오이뿐 아니라 벌레가 먹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지, 구멍이 숭숭 난 배추 같은 것이 부지기수다. 맛은 좋지만 너무 크거나 작아서 마트나 급식센터 납품 기준에 맞지 않아 판매가 어려운 농산물이 많아서 안타깝다. 이런 농산물을 나눠 먹는 가게라니 너무 꿈같은 소리다.
지역명을 딴 ‘두머리부엌’이라는 식당은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해 지역주민들이 요리해 판매한다. 그럴듯한 반찬 하나 없는 백반 1인분이 9000원이나 1만원이면 너무 비싸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골에 있는 식당이라 해도 중국산 배추를 쓰는 게 일반적이고, 지역 마트엔 전국 농산물이 다 모여 있어 정작 우리 동네 농민들이 생산한 것을 구입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요리한 건강한 밥상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두머리부엌’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떻게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일까. 왜 다른 지역엔 이런 식당이 생기지 않을까. 농민과 식당이 함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이런 식당이 늘어날 수 있을까.
기후위기가 점점 심해지면서 농자재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다양한 친환경농업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농민들의 의지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유지를 위해선 소비가 뒤따라야 하고,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두머리부엌’ 같은 협동조합 식당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농민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식당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농민들 사이에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부족하다. 복잡다단한 미래 시대에 단 하나의 해결책이 농민과 농업을 구해줄 수는 없다. 다층 다양한 노력이 연결돼 만들어지는, 서로가 서로를 붙들어주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우리를 살려주리라.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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