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진화한 관계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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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현재 본지에서 기획 연재 중인 '지역을 바꾸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단행본으로 출판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들의 성과에 고무돼 내용을 심층 분석, 8월24∼25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가 주관한 제5회 동아시아마을포럼에서 본지의 로컬크리에이터 기획 연재를 정리, 발표했다.
즉 관계인구로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관여'가 결국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변신을 이끌었고 성공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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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현재 본지에서 기획 연재 중인 ‘지역을 바꾸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단행본으로 출판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기획이 진행 중인 데다 향후 변수도 예상돼 완곡히 거절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이 기획은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로컬크리에이터 29명을 발굴하며 순항 중이다. 이들은 실제로 고유 자원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희망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전남 나주에서 ‘3917마중’이라는 고택 카페와 정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남우진·기애자씨 부부는 8년 전 고택의 매력과 역사의 중요성을 발견하고서 이를 자원화한 사례다. 전북 전주에서 이들은 나주를 수시로 방문해 둘러보며 결국 고택을 매입, 정원으로 가꿔 지금은 한해에 5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변모시켰다.
충북 보은에서 ‘삶은동네’라는 기획회사를 설립한 김한솔씨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이용이 거의 안되는 국도변 고개를 오토바이와 자전거 마니아들의 천국 ‘라이더타운’으로 바꿔가고 있다. 대전이 고향인 김씨는 친구를 만나러 이곳을 들렀던 게 계기가 됐단다.
필자는 이들의 성과에 고무돼 내용을 심층 분석, 8월24∼25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가 주관한 제5회 동아시아마을포럼에서 본지의 로컬크리에이터 기획 연재를 정리, 발표했다.
요지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보통 여성들은 지방소멸이 심화되는 지역에 관심을 두거나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오히려 틈새를 파고들어 섬세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음을 여성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또 본지에 소개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젊음과 역발상의 사고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나이 37세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적지 않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곳에서 MZ세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돋보인다. 더구나 이들은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대도시로 떠나 소멸 위기에 직면한 곳으로 과감하게 눈을 돌렸던 것이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본지에 소개된 로컬크리에이터 대부분이 관계인구라는 통과의례를 거쳤다는 사실이다. 인근 지역에 살면서 특정 지역에 관심을 뒀거나 개인적인 친분 등을 이유로 지역을 자주 방문한 사람, 혹은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자연환경 등에 반해 지역을 종종 방문한 경우다. 즉 관계인구로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관여’가 결국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변신을 이끌었고 성공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관계인구는 원주민들이 당연시하는 것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 지역의 가치 재발견에 유리하다. 또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을 원주민들에게 이전해 지역의 변화를 촉진하고, 사사로운 이익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더 나아가 원주민과 협력, 제3의 대안을 찾는 데도 효과적이다.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관계인구가 되는 것은 필연적인 셈이다.
소멸 위기가 심화하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언제든 로컬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잠재적 ‘관계인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기홍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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