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때 송아지 낳은 암소 정보 알려준다

이민우 기자 2024.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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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축산물공판장에서 암소를 경매할 때 분만 이력을 표기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 등에 해당 정보를 제공해 미경산우(출산하지 않은 암소)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시장 육성을 위한 조치다.

30년 경력의 중도매인 정강진씨는 "일반적으로 미경산우 경락값은 일반 암소보다 1㎏당 500∼1000원 높게 형성된다"며 "기존에는 경매사에게 분만 정보를 듣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는데, 이제 모든 개체에 이력이 표기돼 면밀한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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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분만이력 표기 시범시행
미경산우 시장 육성에 신호탄
고정 수요층 있어 경락값 견인
번식용 → 비육용으로 전환유도
10월29일 충북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한우 암소 송아지 생산 여부 정보 공개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이날 암소 경매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성별 표기란에 ‘암(무)’이 표시돼 있다. 해당 개체의 분만 이력이 없다는 뜻이다.

농협이 축산물공판장에서 암소를 경매할 때 분만 이력을 표기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 등에 해당 정보를 제공해 미경산우(출산하지 않은 암소)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시장 육성을 위한 조치다.

10월29일 오전 10시30분. 충북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경매실은 한우 지육 경매에 참여하려는 중도매인·매매참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매가 시작되자 첫 경매 물품인 한우 암소 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 전광판에는 해당 개체의 이력번호와 함께 품종·성별·등급·중량·월령 등이 표기됐다.

그중 중도매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성별 표기란이었다. 이날 첫 상장 물품의 성별 표기란에는 ‘암(무)’이 표시됐는데, 해당 개체가 축산물이력제상 분만 이력이 없는 암소 개체라는 뜻이었다.

분만 이력 정보는 이전까지 경매사가 별도로 고지하지 않으면 중도매인들은 알 수 없었지만 이날 개시한 ‘한우 암소 송아지 생산 여부 정보 공개 시범사업’에 따라 모든 암소 개체에 표기됐다. 시범사업은 이날 음성을 비롯해 경기 부천, 전남 나주, 경북 고령 등 농협의 4대 축산물공판장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한우산업 중장기 발전대책’과 8월 농협이 마련한 ‘한우농가 지원방안’의 세부 실행방안의 하나다.

추진 배경에는 미경산우 정보를 경매 때 제공하면 경락값 상승 등 시장 육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암소를 번식용에서 비육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면 한우 수급안정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도매인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었다. 30년 경력의 중도매인 정강진씨는 “일반적으로 미경산우 경락값은 일반 암소보다 1㎏당 500∼1000원 높게 형성된다”며 “기존에는 경매사에게 분만 정보를 듣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는데, 이제 모든 개체에 이력이 표기돼 면밀한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암소 전체 경락마릿수는 213마리로, 이 중 1++(투플러스) 등급은 62마리였다. 암소 1++ 등급 개체의 평균 경락값은 1㎏당 2만207원으로, 거세우(1만9705원)보다 2.5% 높았다. 미경산우 1++ 등급의 경락값 상승이 이같은 전체 암소 경락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환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현재 미경산우에 대한 고정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경매에 상장되면 일부 중도매인들이 물건부터 확보하기 위해 높은 단가를 써내는 경향이 있다”며 “희소성과 부드러운 육질 등 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있어 1㎏당 2만원이 넘는 개체도 많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도매인들은 축산물이력제에 기반한 분만 이력 정보 표기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축산물이력제는 농장에서 송아지가 태어나면 부모 개체와 함께 출생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전적으로 농가 신고에 의존하는 만큼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도매인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인식하는 미경산우는 30개월 전후의 어린 암소 개체인데, 최근에는 90개월짜리 미경산우가 출하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경산우시장 육성을 위해선 중도매인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미경산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김 실장은 “현재는 소비자들이 한우고기를 구매해 이력정보를 조회해도 분만 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해당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미경산우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미비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소매단계에서도 미경산 암소 정보를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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