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벌꿀 명칭에 ‘설탕’ 표기 공식화한다

농식품부, 유관단체와 협의중
아예 식품분류서 제외 주장도

이미지투데이

정부가 사양벌꿀 명칭에 ‘설탕’을 표기하기로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양벌꿀을 아예 식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29일 설명자료를 통해 사양벌꿀 명칭을 ‘설탕벌꿀’ ‘설탕사양벌꿀’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양벌꿀은 일반 벌꿀과 구분 없이 유통돼 국산 벌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면서 “소비자 오인을 방지하고,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양벌꿀의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양봉 생산자단체 등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10월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사양벌꿀 명칭에 설탕을 넣도록 바꾸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8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사양벌꿀 명칭 변경에 대한 회의를 두차례 진행했다.

사양벌꿀은 벌에 설탕을 먹여 생산한 꿀이다. 꽃이 피지 않는 겨울·장마철 등 밀원이 없는 시기에 생존을 위해 벌에게 설탕을 먹여 키우면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사양벌꿀에는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해 생산한 꿀’이라는 문구가 12포인트 크기 글자로 적혀있다. 이는 2016년 식약처가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를 개정해 사양벌꿀을 식품으로 인정하면서 의무화된 표기 방식이다. 사양벌꿀은 천연벌꿀과 달리 건강 보조 효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사양벌꿀 명칭 변경을 놓고 생산자 측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비자 혼동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은 “‘사양’이라는 단어를 쓰면 설탕물을 먹여 키운 꿀이라는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8월 이사회에서 사양벌꿀 명칭을 ‘설탕꿀’로 변경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탕사양벌꿀’과 ‘설탕꿀’ 가운데 어떤 단어가 적합할지 앞으로 논의할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양벌꿀을 ‘꿀’이라는 식품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미국·유럽·세계벌꿀협회 등은 벌꿀의 정의에서 사양벌꿀은 제외하고 있다”면서 “천연꿀에 함유된 영양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꿀벌의 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봉농협 조사에 따르면 천연꿀은 항산화·항염증의 기능을 하는 생리활성물질과 아미노산·무기질·비타민 등을 함유한 반면 사양벌꿀엔 이들 영양소가 함유돼 있지 않다.

사양벌꿀 생산이 늘어날수록 꿀벌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봉업계 취재 결과 지난해 출범한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에서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가 최근 꿀벌이 꿀샘식물 대신 설탕물을 지속 섭취하는 것은 질병 저항력에 관여하는 생체물질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조합장은 “현실적으로 사양벌꿀은 양봉농가의 또 다른 소득원인 만큼 식품가공·화장품·공업용 원료로만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