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완벽한 '엘롯기 동맹' 해체

김기중 2024. 11.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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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돌아가며 꼴찌를 했던 LG, 롯데, KIA의 '엘롯기 동맹'은 이때 결성됐다.

사실 20여 년 역사의 엘롯기 동맹에서 롯데는 늘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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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에 승리하며 7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엘롯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서울과 부산, 광주 대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엘롯기'는 충성도 높고 열성적인 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타 공인 최고 인기 팀이다. '엘롯기'는 인기 팀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인기와 비례하지 않게 바닥을 기던 성적에 대한 비아냥에서 시작됐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돌아가며 꼴찌를 했던 LG, 롯데, KIA의 '엘롯기 동맹'은 이때 결성됐다.

암흑기를 전전하던 시절 엘롯기 동맹은 야구 팬들의 전국구 먹잇감으로 전락해 수많은 신조어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LG는 가을만 되면 신기하게 성적이 떨어져서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LG 선수가 다른 팀으로만 가면 잘한다는 ‘탈쥐효과’, 잘하던 선수가 LG만 오면 못한다는 ‘입쥐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롯데는 봄 시즌에만 반짝 잘한다고 해서 ‘봄데’로 불렸고, 팬들은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잔루가 쌓이기만 한다는 의미에서 ‘부산 최고 중국집은 잔루만루’라는 자학 개그를 만들기도 했다. KIA는 선두를 달리다 8위로 시즌을 마친 후 당시 게재됐던 칼럼의 제목(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을 줄인 ‘타어강’으로 불리며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KIA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LG가 29년 만에 우승했고 올해는 KIA가 우승을 했으니 엘롯기 동맹은 해체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부활이 없기에 완벽한 동맹 해체는 아니다. 사실 20여 년 역사의 엘롯기 동맹에서 롯데는 늘 뒷전이었다. KIA가 2009년과 2017년 우승하고, LG가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는 사이 롯데는 최근 7년 내리 포스트시즌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엘롯기가 모두 가을야구에 오른 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내보겠다. 한국 프로야구 팀 중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은 어디일까. 창단 이후 가장 오랫동안 정규시즌 1위를 하지 못한 팀은 어디일까. 정답은 모두 롯데다. 롯데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으로 32년 전이 마지막이다. 롯데는 1982년 창단 이후 42년간 단 한 차례도 정규시즌 1위를 해본 적이 없다. 한국시리즈 2차례 우승 중 첫 번째인 1984년은 정규시즌 전체 승률 4위(후기리그 1위)였고, 두 번째 우승이었던 1992년은 3위였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가을야구 입장 수입도 역대 최고액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말 그대로 흥행 대박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우승팀인 ‘엘기’의 효과도 있었지만 삼성의 2위 돌풍과 시즌 초중반 한화·롯데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티켓 파워 1, 2위를 다투는 롯데의 부활은 프로야구의 흥행을 위해서 더욱 절실하다.

2020년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 한 팀이 꾸준하게 강팀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왕조’가 사라졌다. 전력평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최근 5년 사이 롯데와 한화를 제외한 8개 구단이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만약 내년 시즌에 롯데와 한화가 한국시리즈를 채운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42년 타이거즈 팬으로 2025년 가을 완벽한 '엘롯기 동맹' 해체를 꿈꿔본다. 롯데의 우승, 누구도 모를 일이다.

김기중 스포츠부장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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