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과세공백에도...디지털세 등 제도 마련 '느린 걸음'
[편집자주] 앱마켓과 스마트폰 OS, 소셜미디어와 OTT까지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버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조세 회피다. 세무당국의 자료 요청도, 조세 정의를 실현해달라는 국내 업계의 목소리도 공염불에 그친다. 이들의 조세포탈은 점점 부족해지는 세수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어떤 편법을 써왔고,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회피 논란은 제도적 공백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주요국들과 '디지털세(Digital Tax)' 도입을 논의 중이지만 속도가 더디다.
구체적으로 국내사업장의 유무와 관계없이 전 세계 매출액이 30조원 이상인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매출 등 재무 현황 △국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내역·거래 건수·거래 금액 등을 국세청장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에 부당하게 장부 등 과세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자가 기한 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1일당 평균 수입금액의 0.3%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발의했다.
현재 세무공무원의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징수토록 하고 있는데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등이 국세청에 과세 자료 제출을 피하고 과태료만 납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회피를 정조준하는 디지털세 논의는 속도가 더디다. 국제사회는 수년간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글·애플 등 자국 기업을 정조준해야 하는 미국의 반대가 부담이 됐다.
특히 디지털세 필라 1은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매출 발생국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이 발효되기 위해선 다국적 기업 약 100곳 가운데 60% 이상의 본사가 위치한 30개국 이상의 의회가 비준해야 한다.
미국의 조약 비준 절차상 미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 측에서 반대 중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 시 해당 조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세 도입이 미뤄지면 캐나다를 비롯해 독자적으로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부과하겠다는 국가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미 개별적으로 세목을 신설, 매출 기준으로 세율 3%를 적용하는 국가는 현재 프랑스·스페인 등이 있다.
미국은 개별적으로 과세제도를 마련한 국가들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캐나다에 대해서도 미국은 최근 이의를 제기한 이후 협의 중이다.
시장에선 구글이 매출을 축소했단 지적이 지배적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구글코리아의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2023년 3653억원, 영업이익은 233억원이다. 실제 연간 국내 매출액은 1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 의원은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디지털세 도입 전이라도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취지에 공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월에도 G20 재무장관회의 글로벌 조세 협력 세션에서 디지털세 필라 1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당시 회의 성명문에는 디지털세 도입을 위해 이견 조율에 속도를 높이자는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적으론 디지털세가 이르면 2027년 시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국들이 디지털세 안건에 합의하더라도 절차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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