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18개국, 독자적인 '디지털세' 적용…빅테크 조세회피 막을까

이지현 기자 2024. 11. 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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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뜨거운 감자, 디지털세] ②
[편집자주] 앱마켓과 스마트폰 OS, 소셜미디어와 OTT까지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버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조세 회피다. 세무당국의 자료 요청도, 조세 정의를 실현해달라는 국내 업계의 목소리도 공염불에 그친다. 이들의 조세포탈은 점점 부족해지는 세수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어떤 편법을 써왔고,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하나우에 2023년 10월6일 문을 연 독일 최초의 구글 데이터센터의 모습. 거대 기술기업들의 디지털 시장 공략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전면적 디지털시장법(DMA)이 이달 초 발효됨에 따라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25일 애플, 구글, 메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2024.03.25. /AP=뉴시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들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디지털세(Digital Service Tax·DST)를 도입해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블룸버그 택스(Bloomberg Tax),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 등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18개국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적용한다. IT(정보기술) 기업이 이익을 내면 서버가 어디에 있든 수익이 난 국가가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국제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EU는 보고서를 통해 "제조기업들이 평균 23.2%의 평균 실효세율을 적용받지만, 디지털 기업들은 9.5%만 낸다"고 비판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해당 제품이 개발되는 곳 사이의 지리적 불일치에 따른 것이다. 택스파운데이션은 2020년 정보 산업에서 창출된 가치의 40%가 북미에서 발생했지만,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약 41%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거주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각종 조세회피 수단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지적은 점차 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각국 정부가 나섰다. 특히 EU가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 앞장섰다.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3월 임시 조치로 '디지털 서비스세'의 도입을 제안했다.

다만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EU 차원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개별 국가들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하게 됐다. 영국은 EU를 탈퇴한 2020년 4월부터 글로벌 매출 5억파운드(약 8996억원), 영국 내 매출 2500만파운드(약 449억8625만원)를 초과하는 기업의 초과 이익에 한해 2%의 세율을 적용한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EU 일부 회원국과 인도, 네팔, 콜롬비아 등의 국가들도 각각의 기준으로 세법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 '디지털세' 추진 현황/그래픽=이지혜

그러자 미국 정부가 반발했다. 디지털세의 영향을 받는 대부분 기업의 본거지가 미국인 것을 근거로 '불공정한 무역',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관세 보복'으로 맞섰다. 프랑스가 2019년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표 수출품인 와인을 노려 '와인세' 도입을 경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2021년 영국, 인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등 6개국에 대해 2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과 몇몇 국가들 사이 갈등이 이어지자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20개국(G20)과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IF)를 통해 중재안을 내놨다.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2024년까지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가 이뤄지면 자국의 독자적인 세제를 폐지해 새로운 국제 합의로 대체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미국도 보복관세 위협을 철회하기로 했다.

IF가 다루는 구체적 사안인 필라 1(Pillar One)은 디지털 기업의 본사가 어디에 있든 수익을 낸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다자간 합의다. 연 매출 200억유로(약 29조9214억원) 이상이고 이익률이 10%를 넘는 대기업이면 초과 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 발생국에 디지털세로 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필라 2(Pillar Two)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다. 다국적기업의 소재지와 상관없이 소득에 최소 15%의 법인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 2)에는 동의했으나, 디지털세 도입(필라 1)엔 부정적 입장이다.

올해까지 매듭짓기로 했던 OECD 주도의 다자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는 OECD의 중재안을 따르지 않고 내년부터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국민들로부터 연간 2000만캐나다달러(약 198억154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빅테크 기업이면서 전 세계 수익이 11억캐나다달러(약 1조1027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에 한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매출의 3%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검색시장 점유율 90.9%인 구글, 소셜미디어(SNS) 점유율 45.9%인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미국은 지난 8월 캐나다-미국 간 무역협정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착수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8월30일 "미국은 캐나다가 최근 시행한 디지털 서비스세(DST)와 관련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분쟁 해결 협의를 캐나다에 요청했다"며 "미국은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는 일방적인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 부과하는 3%의 세율을 내년부터 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8일 미국 상공회의소는 "서비스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프랑스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되고 미국과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며, 글로벌 조세 협상의 진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이를 비판했다.

한편 다음 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G20은 OECD와 지난해 디지털세 성명문을 발표했고, 지난달엔 디지털세 관련 다자 조약문 서명을 위한 회람을 시작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 준비차 24일 열린 '굶주림과 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연대' G20 장관회의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리우 G20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18, 19일 이틀간 개최된다. 2024.07.24 /AFPBBNews=뉴스1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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