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관절염에도 효과?… 선을 넘는 비만 치료제 시장
‘위고비’ 투여 결과 무릎 통증 개선… ‘젭바운드’는 수면무호흡증에 도움
비만 유병률 줄며 타깃 확장 나선 듯
투약 용량 증가 후 사망 사례 나와… “두통-구토-설사 등 부작용 유의를”
● 관절염부터 수면무호흡증까지 적응증 확대
연구팀은 참가자 407명을 대상으로 위고비 투약군과 위약군을 나눠 68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비만이면서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 척도가 100점 만점 중 평균 70.9점이었다. 이는 걷기만 해도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 수준이다.
68주간 위고비를 투약한 실험군은 통증 척도가 평균 41.7점이 떨어진 반면 위약 투여군은 27.5점 낮아지는 데 그쳤다. 점수로만 보자면 위고비 투약군이 위약군에 비해 통증이 약 1.5배 더 많이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위고비 투약으로 인한 체중 감량과 위고비의 항염 효과가 합쳐져 통증을 크게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만 치료제의 또 다른 강자인 일라이릴리는 올해 4월 GLP-1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동일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469명이 참가한 임상시험에서 젭바운드 투약군은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55%가량 감소해 증상이 개선됐음을 보였다. 회사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 신청을 한 상태로 아직 승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 비만 치료제 수요 정점-부작용 우려도
GLP-1 치료제 투약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 사례 보고도 나오고 있다. 올해 9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74세 당뇨 및 비만 증세를 보여 온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 투약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남성은 제2형 당뇨, 관상동맥 질환, 비만(BMI 31.7)을 앓아와 4년 동안 해당 성분 치료제를 투약했고, 입원 4주 전에는 용량을 두 배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논문은 “GLP-1 제제의 장기 사용과 용량 변화가 중증 췌장염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GLP-1 제제 중 위고비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오남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 도원임 연구관은 3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위고비는 두통, 구토, 설사, 변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미국에선 위고비 투여 용량을 늘린 74세 남성이 중증 췌장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비만이 아닌 이들도 비만치료제를 투약해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위고비를 구입할 경우 적정 보관 온도를 벗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긴 제품이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위고비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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