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경제 논리보다 ‘탄소 제로’만 앞세워 에너지 정책 다 꼬여

이기우 기자 2024. 11. 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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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목 잡는 ‘탄소 중립법’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2050 탄소 중립 목표’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계획을 담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포함한 각종 에너지 계획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우리나라지만, 정작 에너지 계획은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이나 경제성보다 탄소 배출량 감축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9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그해 10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럽 외에 법에 탄소 중립 목표를 명시한 나라는 거의 없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취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축 목표를 법령에 명시하고, 따르도록 하다 보니 올해 말 발표 예정인 11차 전기본 역시 2038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게 전망할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정부에서 ‘과속’ 논란이 일었던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속도를 내야 할 처지다. 전기본 수립에 관여하는 한 전문가는 “환경부·탄녹위로부터 탄소 감축 목표를 전달받으면 이에 따라 화석 연료 발전량부터 줄인 후 전력 수급 계획을 조율하게 된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나 경제 논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너지 계획뿐 아니라 제로에너지 건축물 등 다양한 국가 계획에도 탄소 중립 목표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탄소라는 이상에 취해 우리 스스로 제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커진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수급도 탄소 중립만큼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탄소 중립 기본법

정식 명칭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 성장 기본법’으로 2021년 9월 제정됐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각종 에너지 계획 역시 탄소 중립 목표에 부합해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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