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도 보냈는데… 우크라 참관단을 ‘파병’이라는 野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해외에 군인을 단 1명이라도 보내면 그것은 곧 파병이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전황분석팀 파견을 고려하자, 헌법에 규정된 대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헌법 제60조는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헌법학자들은 “헌법에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한 ‘국군의 외국 파견’은 전투를 목적으로 한 무장 군대의 파병을 뜻한다”며 민주당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도 이라크전에 국회 동의 없이 한국군 참관단을 파견한 적이 있다. 1만명 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견돼 우크라이나와 전투를 치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전황분석팀을 파견해 북한군의 전력과 실태, 드론전 등 현대전 양상을 파악할 기회를 파병이란 논리로 막으려는 것은 정략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육군 대장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31일 SBS라디오에서 “(군인) 한 명이 가더라도 파병”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안보 위기를 초래하면서, 법을 위배해 가면서 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訓令)’을 근거로 개인 단위의 소규모 파병은 장관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훈령이 헌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위헌”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의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오는 어리석은 결정을 당장 그만 두라”고 했다.
민주당이 언급한 훈령은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이다. 이에 따르면 ‘부대 단위 해외파병’은 헌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개인 단위 해외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의 결정에 따라 가능하다. 김용현 장관은 3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직후 기자회견에서 “소규모 인원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돼 있다”고 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도 본지 통화 등에서 “김병주 의원도 군 복무 시절 국회 동의 없이 해외에 여러 번 파견을 나갔다. 그렇다면 당시 김 의원을 파견 보낸 국방부 장관들도 전부 탄핵당했어야 맞는가”라며 “우리는 참전도 아니고 참관단을 파견하겠다는 건데 왜 반대하는 건가”라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영관 장교 시절 미군 중부사령부 한국군 협조장교 등 해외 파견을 간 경력이 있다.
헌법학자들은 소규모 전황분석팀이나 참관단 파견을 국회 동의가 필요한 해외 파병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는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군 파병은) 무장 군대 파병을 말한다”며 “파병은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군대의 파병을 의미하는 것이지, 무조건 군인을 해외에 보내는 것을 파병이라고 한다면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들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고 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 60조는 우리가 외국과 싸우기 위해 선전포고를 하거나, 우리가 외국에 전투 병력을 보낼 때 국회의 동의를 얻으라는 뜻”이라며 “(전황분석팀은) 전투를 하겠다는 건 아니므로 헌법에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한 파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군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동향 등을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현대전 양상을 참관·분석할 기회가 될 수 있고 한국군과 대치하는 북한군의 실전 역량을 파악할 기회라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라크전을 비롯해 해외에서 벌어진 각종 전쟁에 참관단이나 전황분석팀 등을 꾸준히 보내왔다. 당시에는 전황분석팀 파견이 이번처럼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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