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없었다면 포철도 없었다
김재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은 포스코의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포항제철을 처음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이 김 박사였다. 독일 유학 후 현지 철강소에서 일하던 그는 내내 한국에 종합 제철소를 짓는 문제에 골몰했다.
1964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말에 그는 종합 제철소 설립을 제안했고, 귀국 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으로 제철소 종합건설 계획안 설계를 맡았다. 연간 생산 60만t 규모의 종합 제철소 건설 계획이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원장은 오히려 103만t으로 대폭 확장한 설계안을 제시했다. 제철소 건설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세계은행과 대일 청구권 자금 전용에 회의적이던 일본이 계획안의 경제·기술적 타당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포항제철의 설립이 시작됐다. 그는 “국민소득 증가 추이, 경제적 여건 변화 등 많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 복잡한 수식을 풀어낸 결과가 103만t이었다”고 했다. 부족한 자본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엄밀하게 계산하고 산출한 것이다. 일본 측 견제가 만만치 않았지만, 기술 협상에서 끈질기게 설득해 최첨단 고로(高爐)를 갖춘 제철소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철강은 무기의 재료로 사용되며 자주국방의 초석 같은 역할을 했다. 그뿐 아니다. 미래를 내다본 그의 추진력으로 포항 제철소에서 자동차와 선박용 강판과 후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이는 1970년대 한국 자동차·조선 산업의 유례없는 성장 토대가 됐다. 경제성장기 산업의 ‘쌀’로 불린 철강은 자동차, 중기계, 조선의 재료로 쓰였고, 이는 중화학 공업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 조사에서 포스코는 올해로 1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됐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상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김재관 원장이 포스코의 산파(産婆)와 다름없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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