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란 이른둥이 삼형제… 행복도 재미도 3배 커졌죠
[아이들이 바꾼 우리] 세쌍둥이 출산한 심지선·조민 부부
지난 1월 세 쌍둥이 아들 조이든·이솔·이플을 출산한 심지선(32)씨는 아이들과 한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조산한 아이들이 정상 체중에 못 미친 데다, 합병증도 있어 한동안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아이들은 곧 건강해졌고, 지금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까지 합심한 ‘공동 육아’를 통해 가족이 함께 지내고 있다.
심씨의 세 아들은 조산으로 3개월 일찍 태어났다. 첫째 이든과 둘째 이솔은 1㎏, 셋째 이플은 800g으로 세상에 나왔다. 신생아 정상 체중(2.5㎏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모두 뇌출혈이 있었고 첫째 이든이는 탈장, 셋째 이플이는 탈장에 동맥관개존증(출생 후에도 동맥관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것)도 있어 수술을 받았다. 부부는 한동안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지난 25일 인천 서구 자택에서 만난 심씨와 남편 조민(33)씨는 “그 조그마한 몸으로 어른도 힘든 수술과 치료를 견디는 게 가능한지 걱정됐다”며 “매일 부부끼리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특히 출산 직후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하며, 혹시라도 아기들 치료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아내 심씨는 “주변에 있는 영유아 부모들이 의료 사태로 제대로 진료를 못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였다”며 “다행히 입원했던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 보살핌 덕분에 아기들이 모두 쾌차했다”고 말했다. 세 쌍둥이는 지난 7월에야 셋째 이플이가 마지막으로 퇴원하며 한집에 모여 지낼 수 있게 됐다.
아이 셋을 출산하는 건 부부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다. 먼 지인으로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2014년 인천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쳐 대화를 나누다 연애를 시작했다. 2018년 결혼해 작년 임신에 성공했다. 남편 조씨는 “우선 아이는 한 명만 낳고 나중에 경제적,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천천히 둘째도 고민해보자고 아내와 얘기했다”며 “병원에서 ‘아기집’이 두 개에 세 쌍둥이라고 해 기쁘면서도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통신 관련 업체에 다니는 조씨는 ‘아들 바보’가 돼 퇴근하면 세 쌍둥이를 보러 달려오기 바쁘다. 조씨는 “세 아이 개성이 뚜렷해 육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출산 후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 쌍둥이 전보다 3배는 행복하다”고 했다. 이란성인 첫째 이든은 ‘개그 캐릭터’로 통한다. 조씨는 “가장 덩치가 큰데 자기가 뀐 방귀 소리에도 놀라 울 정도로 겁쟁이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일란성인 둘째 이솔이는 새로운 사람이나 물건만 있으면 눈길을 못 끊는 ‘호기심쟁이’, 셋째 이플이는 뭘 해도 부모에게 웃어주는 ‘미소 천사’라고 한다. 자식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됐다는 조씨는 “만약 딸이라면 넷째도 한번 고려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아내 심씨는 “딸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느냐”며 웃었다.
세 쌍둥이 탄생에 양가 모친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심씨 모친 박미정(56)씨와 조씨 모친 염미라(61)씨가 주중에는 이 집에서 함께 지내며 육아를 돕는다. 심씨가 첫째, 박씨가 둘째, 염씨가 셋째를 ‘전담 마크’ 하면서 돌보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손자 셋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와줬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며 “저절로 홀리듯이 도우러 오게 됐다”고 했다. 염씨는 “육아가 힘들더라도 손자들을 보면 마냥 행복하다”며 “저출생 시대의 모범 같은 부부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세 쌍둥이가 주는 행복이 크지만, 지출도 유달리 클 수밖에 없다. 조씨 부부는 “다태아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사실상 전무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태아는 절반 이상이 조산으로 태어난다. 쌍둥이의 조산 확률은 50%, 세 쌍둥이 이상은 90%를 넘는다. 신생아 때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다. 조씨네 세 쌍둥이도 수술을 받는 것은 물론 안과 질환, 피부병 등 각종 경미한 질환도 함께 앓았다. 수술비와 입원비, 치료비, 약값 등으로 실손보험금을 제외하고 본인 부담만 순식간에 1000만원이 넘게 나갔다고 한다. 조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부부에게는 상당히 큰 비용”이라며 “다태아 부부는 조산으로 병원비 부담이 큰 만큼 이와 관련한 지원 정책도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부부가 감당하기엔 육아 비용도 상당한 편이다. 승용차에는 카시트 세 개를 부착할 수가 없어 가지고 있던 차를 처분하고 승합차를 구매해야 했다.” 유모차를 비롯한 각종 육아용품도 3개씩 사야 하고 쌍둥이라서 ‘동생’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 세 아이 모두 아들이라 한 달에 먹어치우는 분유 값만 1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심씨는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며 모아둔 1억원을 세 쌍둥이 출산 전후 비용으로 다 써버렸다”고 했다.
부부는 “부부들이 출산 관련 정책에 더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 총괄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심씨는 “부부가 직접 여기저기 흩어진 출산 관련 정책을 찾아보고 지원 자격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신청 창구도 보건소, 주민센터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어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모든 출산 정책을 정리해 안내하고 접수 창구도 일원화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얘기를 하는 다른 부부가 상당히 많다. 조씨는 “주변 또래를 보면 현실적인 이유로 출산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정부의 출산 정책이 ‘이해하기 쉽고 접근도 어렵지 않아’ 피부에 와 닿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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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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