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부부와 명씨 문제 이대로 가도 괜찮나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씨는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통화가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이뤄졌고, 그 직후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이 결정됐다며 “대통령의 공천 개입 증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윤 당선인은 명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당선인은 공관위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통화 내용만으로는 공천 개입과 위법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취임 전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당선인이 명씨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사와 여당의 공천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선 이후 축하 전화가 수백, 수천통 올 때였다. 명씨 전화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로 공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관계에 대한 대통령실의 어긋난 해명이 불신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자 “정치인의 소개로 자택에서 2번 만났고, 대선 경선 이후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 더 만났다는 증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다시 윤 대통령이 유세 도중 명씨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에 따라 그때 관계를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통화 공개를 통해 이 해명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 측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 및 대선 때 불법 여론조사를 한 의혹에 대해 명씨를 수사하고 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를 통해 창원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을 상대로 “내가 감옥에 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며 협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 그리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후 해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전체 사정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을 협박하는 정치 브로커와 전전긍긍하는 대통령실을 보며 개탄하는 국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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