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중요도 커지는데…뷰티 업계 성적표 '양극화'

우지수 2024. 11.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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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애경 '우수', 토니모리·한국화장품 '취약'
가치소비 확산, 수출 기준 강화…"ESG경영 투자 늘려야"

한국ESG기준원이 2024년 국내 기업 ESG경영 등급을 공표한 가운데 화장품 업계 ESG경영 역량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본사 전경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화장품 업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SG경영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매년 ESG 역량이 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소비자 의식 향상과 수출 측면에서 ESG경영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가 ESG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달 31일 국내 상장사들을 평가한 2024년 ESG경영 성적표를 발표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별 등급과 종합 등급을 총 6단계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로 매겼다.

특히 화장품 업계는 ESG경영 역량이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이 뚜렷이 나뉘었다. 대체로 오랜 기간 ESG 경영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들이 높은 등급을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화장품 대기업 빅2'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합 A등급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등급이 책정됐다. LG생활건강은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A로 발표됐다.

중견 화장품 기업 중에서는 애경산업이 올해 ESG경영 종합 A등급을 받았다. 지난 2020년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처음 평가받은 종합 B등급보다 두 단계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 2012년 종합 A등급을 받은 ESG경영 베테랑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 2009년부터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2021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토니모리, 한국화장품 등 기업들이 올해 ESG경영 역량이 과거에 비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 토니모리 본사 전경 /더팩트 DB

반대로 ESG경영 역량이 부족한 화장품 업체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올해 ESG경영 성과가 과거에 비해 더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견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는 올해 종합 C등급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환경 D등급, 사회 D등급, 지배구조 B등급이다. 토니모리의 지난 2020년 ESG경영 종합 등급은 올해와 같은 C등급이지만 사회 부문과 지배구조 부문이 올해 평가보다 한 단계씩 높았다. 지난 4년간 ESG경영 역량이 하락한 것이다. 이와 관련, 토니모리 관계자는 "환경, 사회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ESG경영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화장품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든 부문에서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환경 D, 사회 B+, 지배구조 B로 종합 B등급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4년 동안 평가가 추락했다. 잇츠한불은 2020년 대비 종합 등급이 한 단계 떨어진 C등급으로 기록됐다. 평가 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은 현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따로 발간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업계가 ESG경영에 관심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소비(개인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구매)를 지향하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ESG경영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ESG경영 기준이 엄격해질 경우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지난 7월부터 유럽연합(EU)은 시행하고 있는 '공급망 실사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수출하는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돼 있다면 EU 공급망 실사(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의 환경, 인권 리스크 정보를 공시) 기준이 부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화장품 누적 수출액이 74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 같은 산업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ESG경영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난 7월부터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실사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수출하는 기업의 공급 과정에 포함된 기업이라면 EU 공급망 실사(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의 환경, 인권 리스크 정보를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화장품 누적 수출액이 74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산업 성장세를 앞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기업들이 ESG경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은 15년 전부터 ESG경영에 관심을 가졌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현재까지도 ESG경영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ESG경영 성과가 제품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ESG경영이 당연시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화장품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연간 수출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화장품 업계가 ESG경영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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