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집 나간 블랙핑크에 목매는 현실[TF초점]
세대교체 실패와 콘텐츠 부실 심각
조급한 블랙핑크 완전체 예고로 주가 방어
양현석 총괄은 '사법 리스크'로 분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직원 수 등 규모에서 다른 대형 기획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그 기획사들은 순차적으로 앨범이 나오고 투어를 하고 신인이 데뷔하는 등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 돌아가는 반면 YG는 나사 하나 빠진 듯 삐걱대는 모양새다. 그 나사가 계속해서 '사법 리스크'로 시끄러운 양현석 총괄이라면 YG의 미래는 어둡다.
블랙핑크에 목매는 YG의 모습은 위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이제 YG가 아닌 다른 곳에 있지만 콘텐츠 암흑기인 YG는 그 어느 때보다 블랙핑크가 간절한 시점이다.
블랙핑크는 지난 수년간 YG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특히 지난해의 경우 일부 증권사들은 블랙핑크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85%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블랙핑크가 전력에서 이탈한 올해 YG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올해 YG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는데 그 이유에도 블랙핑크가 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지난해 YG를 모두 떠났지만 그룹 활동에 있어선 YG와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완전체 활동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기에 증권가가 전망을 좋게 내놨다. 대형 기획사로 꼽히는 YG가 집 나간 블랙핑크 한 팀에 울고 웃는 상황인 셈이다.
YG는 지난해 블랙핑크 계약 만료 전은 물론이고 그 시점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었다. 어떻게든 블랙핑크를 잡고 싶었던 YG의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리고 간절함의 결과 비록 멤버들은 놓쳤으나 팀 활동 계약만은 사수했다.
사실상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멤버들 모두 솔로로 나서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역량과 인기를 갖췄지만 블랙핑크로 나섰을 때의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블랙핑크로 활동하려면 팀 이름은 물론이고 곡 등의 IP를 가진 YG를 떠나서는 어렵다. YG로선 그 이상을 원했을 테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그로 인해 YG는 회사가 휘청일 수도 있었던 큰 위기를 겨우 넘겼다. 기간이나 활동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까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큰 매출원인 월드투어는 일단 포함됐다.
YG는 지난 9월부터 이미 "블랙핑크는 2025년 완전체 컴백을 비롯 월드투어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새 출발을 시작한 멤버들이 열심히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점에 대략적인 시기조차 담겨있지 않은 완전체 예고라 뜸금 없고 멤버들에 대한 배려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급해 보이기까지 하다.
YG가 처음 해당 내용을 전했을 때 YG 주가가 52주 신저가인 3만 원도 위태롭던 상황임을 생각하면 나름 이해는 된다. 이후 YG 주가는 한 달여 만에 20% 이상 올랐다.
문제는 블랙핑크 외에는 YG에 강력한 카드가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보이그룹 트레저는 K팝 앨범 판매량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정규 2집 'REBOOT(리부트)'로 처음 밀리언셀러가 됐지만 이후 1년 넘게 앨범이 없다. 다른 그룹들이 월드투어를 하면서도 1년에 최소 한 장 이상의 앨범을 내는 것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더디다.
그나마 지난 5월 디지털 싱글 'KING KONG(킹콩)'을 발표했는데 멜론 일간차트 최고 순위 713위에 그쳤다. 두 번째 아시아 투어를 잘 마친 게 올해의 유일한 성과인데 규모 면에서 경쟁사의 대표 보이그룹들에 아직 한참 뒤쳐진다.
사실상 YG는 올해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에 '몰빵'했다. 베이비몬스터는 2월 싱글, 4월 미니 앨범, 7월 디지털 싱글을 내놨다. 그리고 오는 11월 1일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성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센세이셔널하지도 않았다. 데뷔 전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엄청난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 오히려 좀 민망할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YG는 올해도 세대 교체에 실패했고 새로운 매출 활로를 뚫지도 못했다. 신인 그룹 론칭이 한참 늦은 상황에서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일선에 복귀한 뒤 속도를 내보는 듯 했지만, 양 총괄 중심으로 돌아간 YG의 2년여는 그의 말만 앞섰을 뿐 그리 알차지 못했다. 오히려 체계가 더 퇴보한 인상까지 준다.
블랙핑크의 전성기에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YG는 현재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YG는 해체한 지 7년이 넘어가는 2NE1의 완전체 콘서트를 최근 다소 갑작스럽게 선보였다.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고 꽤 화제도 모았다. 반면 이는 YG에서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딱히 없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양 총괄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2019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았고 그룹 아이콘 리더 B.I의 마약 투여 및 구매 의혹 관련 수사 무마 혐의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양 총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양 총괄 측은 상고했다.
뿐만 아니라 양 총괄은 지난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기소됐다. 부산지방검찰청이 해외에서 수억 원대 명품 시계들을 선물 받고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검찰은 최근 입국한 해당 업체 대표를 조사한 뒤 양 총괄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 이은주 씨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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