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슈퍼스타' 오타니, 마지막 목표 WS 우승까지 이뤘다

이석무 2024. 11.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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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그토록 꿈꿔왔던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일본인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가 드디어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

오타니가 속한 LA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5차전에서 7-6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다저스가 WS 우승을 차지한 것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열린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풀시즌 기준으로는 1988년 이후 36년 만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의 WS 우승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2018년 LA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개인의 활약은 엄청났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투수와 타자로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나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에 등극했다.

2023년에는 야구 종목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 마지막 순간 마무리 투수로 미국 대표팀 간판타자 마이클 트라웃을 삼진 잡는 모습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일이 생겼다. 올해 초 농구선수 출신의 다나카 마미코 씨와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뤘다. 결혼 직구 서울 개막시리즈에 참가했을 때 전속 통역사가 오타니의 돈에 무단으로 손을 대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오타니의 실력과 열정에는 어떤 악영향도 없었다.

이미 큰 성공을 이룬 오타니가 야구선수로서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WS 우승이었다. 오타니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목표였다. 교교 시절 자신이 세운 계획표에 ‘26세에 WS 우승과 함께 결혼하겠다’고 적었다.

나이까지 정확하게 맞춘 것은 아니지만 오타니는 올해 결혼에 성공했다. MLB 진출 및 리그 MVP, WBC 우승도 이미 이뤘다. WS 우승만 이루면 선수로서 누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6시즌 동안 선수로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팀 전력이 너무 약했다. WS 우승은커녕 가을야구 진출조차 ‘그림의 떡’이었다.

오타니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다저스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13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시작으로 1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다저스는 오타니의 꿈을 이뤄줄 가장 좋은 무대였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다저스도 오타니 같은 슈퍼스타가 절실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나온 결실이 10년 7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세부 계약이다. 단순계산대로라면 오타니가 10년간 매년 받는 연봉은 평균 7000만달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들어오는 연봉은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10년 계약이 끝나는 2033년 이후로 미뤘다. 이른바 ‘디퍼 계약’이다.

돈의 가치는 세월이 흐르면 점점 떨어진다. 오타니의 7억 달러도 미래가 되면 지금보다 가치가 훨씬 낮아진다. 그럼에도 오타니가 큰 손해를 감수하고도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구단에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타니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덕분에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는게 가능했다.

오타니의 2024년은 역사 그 자체였다. MLB 최초 50홈런-50도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한 시즌 내내 오타니 열풍이 전세계에 휘몰아쳤다.

다저스가 글래스노우, 야마모토 등 주축 투수들의 줄부상에도 양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하면서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오타니의 엄청난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타니는 다저스 입단 첫해 WS 우승이라는 꿈을 이뤘다. 오타니 개인의 활약은 기대에 못미쳤다. WS 5경기에 모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그쳤다. 홈런은 물론 타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타니는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어깨를 다친 장면은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이번 시리즈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예다.

오타니는 WS 5차전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가 우승 세리머니를 즐겼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지만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마음껏 샴페인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오타니는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아내 마미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얘기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이런 긴 시즌이 익숙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다”며 “힘든 시즌을 함께 하면서 늘 곁에서 지지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팀원들에게도 각별한 감정을 전했다. 오타니는 “다저스 동료들은 정말 좋은 선수들이었고, 동시에 좋은 사람들이었다”며 “다저스는 잘 준비된 멋진 팀이다. 마지막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시즌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 타자에만 전념했던 오타니는 내년부터 다시 투수를 겸업한다. 이미 시즌 막바지부터 불펜 투구를 시작했을 정도로 팔꿈치 상태가 회복됐다. 이번 겨울에 철저히 준비해 내년에는 타자와 투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채찍질할 준비가 돼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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