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택동]‘뒷북’ 특별감찰관 임명 놓고 헛심 쓰는 與

장택동 논설위원 2024. 10. 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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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힘이 거센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먼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 특별감찰관 추천에 합의한다 해도 후보자 물색 및 임명 과정, 새 특별감찰관이 인력을 선발하고 체계를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윤 대통령 재임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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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논설위원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힘이 거센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면담이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먼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한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회동 이틀 뒤 한 대표는 조건 없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고 맞서면서 친윤-친한(친한동훈)계 간에 본격적으로 전선이 형성됐다. 여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할 방침인데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표결에 부칠지, 의총 내용을 공개할지 등을 놓고 양측이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후임자 임명은 법적 의무인데도 방치

사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늦어도 현 정부 초반에는 매듭지어 졌어야 할 문제다. 특별감찰관 결원 시 30일 안에 국회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것은 법에 명시된 의무다. 하지만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뒤 박근혜 정부는 후임을 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5년을 흘려보냈다. 이를 비판했던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교체됐고 대통령직인수위는 특별감찰관을 곧 가동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더니 윤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특별감찰관 임명 방침을 놓고 대통령실에서 엇갈린 말이 나왔고 지금까지 흐지부지돼 왔다.

다만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특별감찰관이 김 여사 리스크의 해법이 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전 특별감찰관이 실세 중 실세로 꼽혔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감찰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특별감찰관의 권한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 이상으로 정해져 있고 통화 내역 조회 등 강제적 수단을 통한 수사는 할 수 없다. 감찰할 수 있는 비리 유형도 금품 수수 등 5가지로 한정돼 있다. 특별감찰관이 있어도 김 여사가 누구와 무슨 통화를 하는지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김 여사 라인으로 꼽히는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제 와 ‘김 여사 리스크’ 해법 될지 의문

이런 한계에도 윤 대통령 취임 직후 특별감찰관이 가동됐다면 김 여사 스스로 말과 행동을 경계하도록 하고, 문제의 소지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이미 수사가 일단락됐고 공천 개입 의혹 등은 고발된 상태여서 지금 특별감찰관이 임명된들 어찌해 볼 여지가 없다. 또 특별감찰관 추천에 합의한다 해도 후보자 물색 및 임명 과정, 새 특별감찰관이 인력을 선발하고 체계를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윤 대통령 재임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대단한 해결책을 발견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친한계,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친윤계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특별감찰관에 대한 소신 때문이라기보다는 주도권 싸움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 여사 문제가 커질 만큼 커졌는데도 진작 했어야 할 특별감찰관 임명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계파 간 다툼에 헛심을 쓰고 있는 현실이 현 여당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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