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요새 XX팟 끼우세요?”…몇 십년은 젊게 만들어준 이 기기, 알고보니
매일경제는 최근 실버케어테크 기업 최고경영진과 만나 이들이 그리는 미래상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김진명 JCF테크놀러지 대표이사, 박형민 엠피웨이브 대표이사, 한창수 헥사휴먼케어 대표이사 등 3명이 참여했다.
청각보조앱 ‘깨끗이(耳·귀)’를 개발하는 엠피웨이브의 박 대표는 “기존 보청기는 의료기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남에게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이유로 사놓고도 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엠피웨이브는 보청기가 아닌 휴대폰 앱과 무선 이어폰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했다. 소리를 주파수 대역별로 구분한 뒤 증폭시켜야하는 대역의 소리만 더 잘들리게 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요즘 연령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휴대폰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방식이라 심리적 거부감이 덜한 편”이라고 밝혔다.
JCF테크놀러지는 비접촉 방식으로 노령층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자기기 등에 대해 낯설어하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있다. 김진명 JCF테크놀로지 대표는 “노령 인구와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분들을 위한 다양한 기기가 개발·공급됐지만 막상 6개월 이상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이 때문에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JCF테크놀러지는 어르신이나 1인가구가 거주하는 공간의 벽이나 천장에 센서를 설치해 거주하는 사람의 움직임, 심박수 등 생체정보를 측정한다. 김 대표는 “이 센서를 활용하면 사용자가 언제 주무시고 언제 화장실에 가는지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대개 사고가 발생하기 2~3주 전에 사전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를 미리 파악해 고독사를 예방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생산하는 헥사휴먼케어는 웨어러블이 모든 연령층에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근력 강화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부상을 치료해주는 기능, 부상 등을 미리 예방하고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기능 등을 갖춘 웨어러블 로봇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한창수 헥사휴먼케어 대표는 “근력 보완, 근골격계 질환 예방은 고령화 뿐만 아니라 저출산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며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관에서도 이미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비용·주거 환경과의 조화도 실버케어테크 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 대표는 “일본처럼 고령층의 현금 보유량이 많은 국가를 제외하면 기술이 발달해도 이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실버케어테크 제품을 이용하는 비용을 어디에서 충당하느냐가 앞으로의 시장 개척에서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르신들의 공통적 욕구가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이분들은 집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만큼 이분들을 돌보는 기술이 주거 환경과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도 “보청기는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제품이고, 업계에서는 500만원 정도는 써야 쓸만한 제품을 살 수 있다고 본다”며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버케어테크를 포함한 약자를 위한 기술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약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서울형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참여한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10월에 열린 ‘약자동행 기술박람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기회를 가졌다.
JCF테크놀러지는 투자자와 기업이 1대1로 마주해 논의하는 ‘기술동행 네트워크’에 참여했고, 헥사휴먼케어는 투자유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 대표는 “고령화가 진행된 우리나라에서 서울시 약자동행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국가에 앞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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