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풋살장·하드코트 농구장…학교 운동장의 변신
평일 오후부터 주민에 적극 개방
인조잔디 풋살장, 하드코트 농구장이 만들어졌다. 운동하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관중석, 파라솔이 있는 쉼터도 마련됐다. 300m 길이 우레탄 트랙도 깔렸다. 나무와 벤치가 곳곳에 자리했고 야외 학습용 오픈 스테이지도 생겼다. 안산 송호고등학교 맨땅 운동장이 컬러풀한 ‘살아있는 스포츠파크’로 변한 모양이다. 바로 뛰어들어 운동하고 싶을 만큼 예쁘고 매력적이다.
송호고 운동장은 ‘미래 운동장을 설계하다’라는 경기형 특화사업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체육시설 다양화 △운동하고 싶은 분위기 조성 △지역 주민과 공유 모델 제시 등이 목표다. 최근 송호고에서 만난 황교선 교장은 “40년 가까이 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일하면서 미래형 운동장 모델을 연구했다”며 “교육청, 안산시가 도와준 덕분에 새로운 형태의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사비는 15억원 안팎으로 대부분 경기도교육청이 냈다.
송호고 학급 수는 35개다. 학생 수는 900명에 가깝다. 황 교장은 “5년 전 학교에 부임했을 때 체육관에서 두 개 학급이 함께 체육수업을 하는 장면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며 “공간은 작은데 학생 수가 많으니 학생들은 마치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운동장도 축구 골대가 덩그러니 놓인 흙바닥이었다. 무더위 속에 나가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힘들었다. 황 교장은 “내가 설계 프로그램을 공부하는 등 많이 연구했고 설계도 직접 했다”며 “내년 2월 은퇴를 앞두고 오랜 기간 그려온 걸 현실에서 구현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운동장 공유 방식도 새롭게 제시된다. 학교는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민도 함께 사용하기 적합하다. 황 교장은 “학교도 국민 세금으로 지어졌고 학부모도 지역 주민”이라며 “지역과 학교가 시설 등을 공유해야 학교와 지역이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황 교장은 본관 1층 조리실, 화장실을 리모델링했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슬라이드형 차단막을 설치했다. 황 교장은 “수업이 끝난 시간, 휴일에 운동장뿐만 아니라 본관 1층, 기존 체육관 등도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호고는 바로 옆에 아파트가 없어 소음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황 교장은 “야간에 환하게 운동장을 밝힐 조명도 이미 설치했다”며 “지역민이 밤에 운동하면 지역 밤문화도 운동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들은 적잖다. 그러나 대부분 휴일에 한해 운동장만 여는 등 소극적이다. 지역민의 자의적인 사용, 학교 시설 파손, 폭행 등 범죄 발생 개연성 등 때문에 교장들이 적극 개방하는 것을 꺼린다. 황 교장은 “안산시가 학교에 상주하면서 운동장, 체육관 등을 관리할 인력을 파견해주기로 했다”며 “지역민들이 성숙하게 시설을 이용한다면, 운동장은 지역민과 학생이 공생하면서 공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장식은 1일 열린다.
안산 | 글·사진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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