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오타니, 4년 만에 다 이루었도다
4승1패로 클래식 시리즈 마무리…MVP는 ‘가을 4연속 홈런’ 프리먼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고등학교 시절 인생의 계획표를 세웠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사이영상, WBC 대표, 노히트 노런 등을 나이에 따라 차곡차곡 적었다. 26세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결혼’이었다.
4년 늦었지만, 오타니는 해냈다. 지난 2월 깜짝 결혼을 발표한 오타니는 같은 해 소원이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다저스는 31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0-5로 뒤지던 경기를 7-6으로 뒤집어 승리했다. 다저스는 코로나19에 따른 단축시즌이었던 2020년에 이어 4년 만에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43년 만에 양키스와 맞붙은 ‘클래식 시리즈’에서도 이겼다.
선발 잭 플래허티가 흔들리면서 애런 저지(2점), 재즈 치점 주니어(1점), 장카를로 스탠턴(1점)에게 홈런 3방을 허용해 0-5로 끌려갔다. 그러나 결정적인 상대의 실수를 틈타 동점을 만들었다.
5회초 양키스 내외야진의 실책으로 무사 만루가 됐고, 개빈 럭스와 오타니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2사 만루에서 실수가 또 나왔다. 무키 베츠의 1루 땅볼 때 양키스 선발 게릿 콜이 1루 커버를 들어가지 않으면서 1-5가 됐다. 이 실수 이후 콜이 무너졌다. 프레디 프리먼이 2타점 적시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2타점 2루타를 더하면서 5-5 동점이 됐다.
5-6으로 뒤진 8회초 럭스와 베츠의 희생 뜬공으로 결국 7-6 역전에 성공했다. 결승 득점은 토미 현수 에드먼이었다. 다저스는 9회말 3차전 선발이었던 워커 뷸러를 투입했고, 뷸러는 볼피를 3루수 땅볼, 오스틴 웰스를 너클 커브로 삼진 처리한 뒤 마지막 타자 앨릭스 버두고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월드시리즈 MVP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1~4차전 연속 홈런을 터뜨린 프리먼에게 돌아갔다. 시즌 막판 발목을 크게 다쳐 가을야구 초반 절뚝이면서 경기에 나선 프리먼은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사이에 발목이 좋아져 스윙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내게 맞는 타격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며 “스트라이크에만 스윙하고 볼은 걸러내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5경기 동안 잘해냈다”고 말했다.
부상뿐 아니라 가정사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프리먼에게 MVP 트로피는 더 뜻깊은 의미를 가진다. 프리먼은 올해 어린 아들이 희귀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아 병간호를 위해 7, 8월 8경기에 결장했다. 프리먼은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시즌 막바지 부상과 함께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아들의 건강과 야구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아들이 지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2차전 어깨 탈구 부상 이후에도 경기에 계속 나선 오타니도 소원을 이뤘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지만 가을야구에 참가하지 못했고, 우승을 위해 10년 7억달러 계약에서 연봉은 200만달러씩만 받는 조건으로 다저스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 기록을 달성하는 등 다저스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19타수 2안타로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으나 인생의 꿈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적 첫해 바로 이뤄냈다.
김은진·배재흥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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