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이해 아닌 ‘임시 저장’도 괜찮아[책과 삶]

김한솔 기자 2024. 10. 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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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즐거움
우치다 다쓰루 지음 | 박동섭 옮김
유유 | 266쪽 | 1만8000원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의 사상가이자 무도가다. 고베여학원대학의 명예교수이면서 ‘개풍관’이라는 합기도장을 운영한다. 그가 주로 연구한 것은 프랑스 문학과 사상이지만, 영화와 예술, 철학, 사회, 정치, 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글을 써 ‘거리의 사상가’로도 불린다.

<무지의 즐거움>은 우치다 다쓰루의 책을 여러 권 펴낸 유유 출판사에서 그에게 25개의 질문을 던진 뒤 그 답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든 질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배움’이다. 다독, 다작을 하는 그에게 생활에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는지, 어떻게 ‘인풋’을 해야 그렇게 많은 아웃풋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학교와 합기도장에서 오랫동안 제자들을 가르친 그에게 ‘멘토와 멘티 혹은 스승과 제자의 바람직한 관계란 어떤 모습일지’ 묻는다. 한국 상황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질문도 많다. 한국에서 순수 학문이 점점 사라지고, 학생들도 향후 취업을 위해 ‘실용적인 학문’을 선호하는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다.

우치다 다쓰루는 “모든 질문이 일본의 미디어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라며 성실한 답변을 보내온다.

여러 답변 중 ‘인풋’ 질문에 대한 답이 책 제목을 가장 잘 함축하는 것 같다. 보통 많은 것을 보고 잘 이해해 꼭꼭 씹어 삼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인풋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 상태도 이해하는 것과 똑같은 정도로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비법은 이렇다. 단숨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생기면, 일단 ‘기억의 저장소’에 넣어둔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계기로 그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얻는 ‘무지의 즐거움’을 누린다.

“저는 특별히 인풋하지 않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가 없겠네요. 그런데 살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왠지 잘 삼켜 넘길 수 없는 것’을 저장하는 노력을 저는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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