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정한 ‘환자다움’을 거부하다[책과 삶]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김도미 지음
동아시아 | 360쪽 | 1만7000원
“요새는 암도 별거 아닌 시대”라고들 한다. ‘한국의 암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류가 암을 정복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숫자로 확인되는 생존율과 별개로, 개인에게 암은 여전히 재앙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암에 걸린 사람에겐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 이들은 무엇을 먹거나 먹지 않아야 하고, 어디에 가거나 가지 않아야 한다. 촘촘한 규범 안에서 일상을 재배열하며 ‘절대 안정’을 취해 ‘완치’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그저 달려가야 하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김도미는 한국 사회가 말하는 ‘환자 역할’에 반기를 든다. ‘지 쪼대로 아플 자유’란 무엇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헤맨 끝에 에세이 한 권을 썼다.
저자의 표현대로 “‘광대 같은 병자’가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불만과 조소를 한껏 담아 쓴”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저자가 백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시기부터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고 일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건강한 생활 습관, 식습관 등 기본 원칙에 백번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둘러싼 수많은 금기와 통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개 이런 금기와 통제에는 ‘항암 식단’이라는 이름의 시장이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성은 자주 잊힌다.
암으로부터 시작된 저자의 이야기는 병에 걸린 자신의 몸을 거쳐 돌봄노동으로, 복지제도로, 환경으로 멀리 뻗어나간다. 환자에게 주어지는 의무는 고스란히 그를 돌보는 이에게 전가된다. ‘절대 안정’은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돌봐줄 사람이 있는 환자의 경우다. 암과 싸우는 과정이 환경 그리고 누군가의 노동권을 지키려는 노력과 충돌하는 모습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국인 3명 중 1명이 죽기 전 암을 경험한다고 한다. 김도미의 ‘불온한 질병 서사’를 반길 독자가 적지 않을 듯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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