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신형 고체추진 ICBM'…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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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고각으로 쏘아 올린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은 지금까지 우리 군이 분석한 북한 미사일 중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고체추진 미사일은 연료 주입 과정이 생략돼 발사 정황을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방어체계인 한국형 킬체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ICBM의 발사 경로 등을 분석할 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만큼의 성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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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고각으로 쏘아 올린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은 지금까지 우리 군이 분석한 북한 미사일 중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실각(정상 각도) 발사를 가정한다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크기 역시 지난해 12월 발사된 화성-18형보다 한층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핵미사일을 위한 대형 및 다탄두 발사를 염두에 둔 시험발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평양 인근에서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며 "고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역시 정점 고도를 약 7,000㎞로 분석하며, 약 86분을 비행한 뒤 배타적경제구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했다고 설명했다.
비행시간은 확실히 길어졌다. 86분은 역대 최장 비행 시간으로, 기존 기록은 지난해 7월 선보인 '화성-18형' ICBM의 74분이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이날 오전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하며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갱신했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이에 더해 "12축짜리 신형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앞선 화성-18형 ICBM을 9축(18륜) TEL에서 쏘아 올렸다. 최대 길이 24m, 직경 2.4m 정도로 알려진 '괴물 ICBM' 화성-17형의 TEL도 11축(22륜)이었다. 확실히 크기가 커졌을 공산이 높다는 얘기다. 12축 TEL은 지난달 김정은의 현지지도로 처음 외부로 공개가 됐다.
여기에 합참은 이번 ICBM이 더 은밀히 더 신속히 쏠 수 있는 고체추진 ICBM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고체추진 미사일은 연료 주입 과정이 생략돼 발사 정황을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방어체계인 한국형 킬체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ICBM의 발사 경로 등을 분석할 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만큼의 성능이라고 분석했다. 같이 고각으로 쏘아 올려진 지난해 12월 화성-18형은 정점 고도 6,500㎞, 비행 거리 1,000여㎞였다. 8개월 만에 더 높게 더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을 공개한 것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AIDA) 연구원은 "이번 ICBM의 거리와 고도를 종합했을 때 정상각(30~45도)으로 환산하면 1만5,000㎞ 이상 날아갈 수 있는 거리"라고 분석했다. 평양에서 워싱턴까지 거리가 1만1,000㎞ 정도인 걸 감안하면, 뉴욕 등 동부 지역을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ICBM의 '마지막 퍼즐' 완성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측이 화성-18형의 개별기동전투부(MIRV·다탄두) 분리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ICBM 개발에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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