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출 브로커 조우형 참고인이라더니 출국금지 요청?

검찰, '2011년 수사당시 대출브로커 조우형 참고인 신분' 주장…신학림 측 조우형 출금 요청 기록 제시
신학림 측, 김만배·신학림 포렌식 결과 2021년 9월 이전 대화 없어…"9월 만남도 신학림이 요청"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윤석열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재판에서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1년 당시 조우형은 단순 참고인 신분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에서 지난 29일 진행한 세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 신학림 측 강병국 변호사가 2011년 4월19일자 검찰이 조우형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무렵 출국금지 됐던 것을 아냐”고 물었고 증인 남욱(변호사)은 “몰랐다”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지금 제시한 수사기록에서 보듯,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은 검찰총장의 전결권자로서 법무부장관에게 2011년 4월19일 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했다”고 말하자 남욱은 “피의자나 이런 사람들은 그런 문서를 볼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강 변호사가 “조우형이 2011년 대선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검찰이 소환했는데 안 나간 적이 있냐”고 묻자 남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강 변호사가 “증인은 변호사인데 소환에 불응한 적이 없는 단순 참고인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냐”고 묻자 남욱은 “나는 형사 사건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조우형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건 조우형이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꽤 중요한 피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에서 다룬 '2011년 대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가 있었는지' 여부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수사에서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후 2014년 경기경찰청 수사를 시작으로 2015년 수원지법에서 2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지난 2022년 6월8일 곽상도 재판에서 증인 남욱의 발언 내용.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검찰의 조우형 출국금지 요청 사실은 남욱이 말을 바꾸기 전 증언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22년 6월8일 남욱은 곽상도 50억 수수 재판에서 “(대검) 중수부에서 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형이 피의자가 돼 수사를 받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김만배를 통해서 박영수 고검장을 선임했고, 첫날은 조우형이 중수부에 가서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했는데, 그 이후에 김만배의 조언, 그 다음에 본인이 여러가지를 해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에 조우형이 수사를 받으러 갔는데, 처음 수사를 받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참고인 수준의 수사를 받고 나와서, 조우형이 두 번째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안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다 남욱은 최근 “조우형이 '피의자'였다”는 부분이 위증이라면서 위증죄로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조우형의 대검 조사는 세 번으로 첫 조사는 2011년 4월27일(자필진술), 두 번째 조사는 5월4일(진술조서), 세 번째는 5월31일(자필진술)이다. 이후 6월경 조우형이 불입건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11일자 검찰 신문에서 조우형은 “대략 2011년 6월경 되지 않나 싶은데 그 무렵 허아무개 변호사(박영수와 같은 로펌)가 '불입건된 것 같다. 불입건됐으니 성공보수를 달라'고 해 구두상으로 1억 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다 1억5000만 원으로 된 법률자문계약서를 실제 작성한 건 2011년 말경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 피고인 김만배와 신학림. 사진=뉴스타파

한편 이날 공판에서 신학림 측에선 남욱 증언과 배치되는 증거를 제시했다. 지난 22일 검찰 측 신문에서 남욱은 2021년 3~4월경 김만배가 자신에게 '언론재단을 만들어 신학림을 이사장으로 하고 연봉 1억 원과 1000만원짜리 법인카드를 줘서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 관련해 여론전을 하기 위해 한국일보·뉴시스·법률신문 등을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언론재단을 만들기로 했다는 게 증언 취지다.

반면 신학림 측에서는 2021년 9월 김만배 가족의 부고기사에서 김만배의 연락처를 알아내 오랜만에 만났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2022년 3월6일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녹취는 2021년 9월15일자 대화다.

신학림 측 강병국 변호사는 “만약 김만배와 신학림이 9월 이전에 교류했다면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에 대한 통신내역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내역을 보면 두 사람은 9월14일 이전에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남욱은 “그 내용은 모르고 (김만배가) 9월15일 신학림을 만날 거라고 (나에게) 말했고 (신학림을 통해 대장동과 관계된 사람을 기존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언론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는 얘기를 김만배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신학림·김만배가 언론작업에 대해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먼저 연락하고 만나자고 해야 자연스럽다”며 “9월14일자 문자메시지를 보면 신학림이 '오랜만에 안부 묻네. 너무 오래 연락 없었네'라고 문자를 보냈고 '내일 중 수원에 갈테니 점심, 커피, 저녁 다 괜찮다'고 두 차례 보낸 끝에 (김만배로부터) 승낙 취지의 답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만날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 15일 오전 신학림이 '날짜 알려주시게. 오늘과 내일 중 보여줄 게 있네'라고 해서 비로소 만남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이에 남욱은 “문자는 처음 봤는데 내가 김만배에게 들은 내용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