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 고의 누락?...금감원 "부정거래 소지"
최 회장 측, 유상증자 성공시 지분 0.5%p 앞서게 돼
공개매수 과정서 급증한 빚 갚겠다는 것이어서 논란
주당 67만 원 유상증자 발표 뒤 주가 연이틀 급락
[앵커]
공개매수가보다 주당 20여만 원 낮은 가격으로 2조 5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고려아연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틀째 주가 급락에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준비한 정황이 있다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39.27%, 영풍·MBK 연합이 42.67로 최 회장 측이 3.4%p 뒤지게 됩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대로라면 최 회장 측 지분은 우리사주조합 배정분까지 합쳐 0.5%p 앞서게 됩니다.
고려아연은 채무 상환을 증자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대부분의 채무가 공개매수 과정에서 급증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당 67만 원 유상증자 발표에 지난 24일 종가 기준 113만8천 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연이틀 급락해 백만 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런 대규모 유상증자는 시장 교란행위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차입으로 89만 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67만 원에 주식을 발행하는 자해전략은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준비한 정황도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지난 11일 정정한 공개매수신고서입니다.
'이번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 장래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부터 유상증자 모집주선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기업실사를 진행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수사기관 이첩 등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려아연 측이 차입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뒤 유상증자로 갚겠다는 계획을 모두 알고 절차를 진행했다면 공개매수신고서에 중대 사항이 빠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함용일 / 금융감독원 부원장 :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촬영기자 : 홍성노
YTN 이승은 (s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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