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지만 '장밋빛' 전망...깁밥부터 라면까지 전 세계가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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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식품기업은 어디일까.
한국 식품 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보다 더 많은 매출을 네슬레 한 기업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네슬레에 훨씬 못 미친다.
아직 글로벌 톱 식품기업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식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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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식품기업은 어디일까. 정답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네슬레다. 커피, 차,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을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한화로 약 157조원에 달한다. 한국 식품 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보다 더 많은 매출을 네슬레 한 기업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네슬레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 식품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대부분의 식품기업들이 오랜 기간 규모가 한정된 내수 위주로 사업을 영위해 온 결과다.
다만 고무적인 부분은 최근 들어 한국 식품기업들이 해외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가 지날수록 높아지는 ‘한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식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류 스타들이 다양한 한식을 즐기는 모습이 영상이나 SNS 등을 통해 노출되며 수많은 한류 팬들이 일명 ‘K푸드’를 맛보기 시작했고 자연히 이를 즐기는 이들도 생겨났다. 각국의 현지 마트 등에서 한국에서 만든 김밥, 김치, 떡볶이, 라면 등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K푸드는 빠르게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해나가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농식품의 수출액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식음료 등을 포함한 국내 농수산식품은 해외로 약 121억 달러를 수출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이 7.5% 감소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올해는 이보다 수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의 경우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62억1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다시 한번 신기록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의 식품기업들도 점차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예컨대 삼양식품의 경우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를 치며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 됐다. 삼양식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두 배가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외에서 ‘비비고 만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CJ제일제당, ‘신라면’과 ‘짜파게티’의 인기가 급상승 중인 농심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한 결과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한국 식품기업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일례로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은 올해 초 사례 연구 주제로 CJ의 K푸드 성공스토리를 선정했다. HBS는 사례 연구로 대부분의 수업을 가르치는데 이례적으로 한국 식품기업을 조명했다.
HBS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CJ가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농심 ‘신라면 블랙’을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라면의 원조인 닛신을 제치고 이 같은 평가를 내려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중소기업들도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식품기업 올곧은 자사가 생산하는 냉동김밥을 미국 코스트코에 수출했는데 현지에서 건강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K김밥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소주가 큰 인기를 끌자 하이트진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베트남에 소주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많은 식품기업들이 해외에서의 판로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식품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아직 글로벌 톱 식품기업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식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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