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조롱 논란, 변한 건 누구인가[스경연예연구소]

장정윤 기자 2024. 10.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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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011년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지난 26일 공개된 ‘정년이’ 패러디.



SNL 코리아가 ‘풍자맛집’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뉴진스 하니와 한강 작가 조롱 논란으로 맞은 뭇매가 채 아물기도 전, 쿠팡플레이 예능 ‘SNL코리아’가 김태리 주연의 tvN 드라마 ‘정년이’를 저급하게 풍자했다는 이유로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SNL 코리아 시즌 6는 SNL의 전 시즌 중 가장 잦는 논란을 빚고 있다. 시즌 첫 회차인 ‘전종서 편’의 일반인 유튜버 희화화 논란,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선 뉴진스 하니의 어눌한 발음을 따라 해 인종차별 논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자세와 말투 등을 묘사해 비하와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SNL측은 별다른 입장 없이 지난 26일 새 회차에서 ‘정년이’를 ‘젖년이’로, 미성년 배역임에도 성행위를 묘사하는 콩트로 논란을 가중했다.

■ 풍자 인듯 풍자 아닌 풍자 같지도 않은 너

그간 SNL이 대중의 사랑 받은 이유는 속 시원한 정치 풍자였다. SNL은 2011년 한국에서 처음 방송될 당시 애니메이션 텔레토비를 차용해 ‘여의도 텔레토비’를 선보였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을 어느 한쪽 치우치지 않고 비등하게 풍자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2016년 국정농단 당시, 박근혜-최순실을 묘사하며 정치권에 실망한 대중을 위로하기도 했다.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이후 김민교, 주현영 등을 필두로한 화끈한 정치·사회 풍자가 이어지면서 풍자는 SNL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에는 시청자들이 왜 과거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걸까.

풍자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 문제를 우회적으로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SNL은 화제성만 쫓아가기 바빴다. 논란이 된 네가지 패러디 모두 풍자를 비껴간 분장쇼에 불과하다. 특히 한강 작가나 드라마 속 정년이 캐릭터는 풍자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게 대중의 의견이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풍자도 조롱도 아닌 저질 코미디” 라고 일갈했다.

SNL 코리아 방송화면. 뉴진스 하니 패러디.



■ 19금이니까, OTT니까 괜찮아?

일각에선 SNL이 당초 19세 미만 관람 불가 인데다 TV가 아닌 OTT에서 공개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에선 별도의 성인 인증 없이 ‘젖년이’로 분한 안영미의 “이리 오너라 벗고 하자” “붕가붕가”등 노골적인 발언과 성행위 묘사 장면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유튜브 매체의 특성상 해당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거나 원치 않아도 미리 보기로 재생될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SNL의 정년이 논란은 대한민국의 골 깊은 사회 문제인 젠더 갈등을 부추긴 모양새다. 정년이 캐릭터를 비롯해 하니, 한강, 일반인 유튜버 모두 공교롭게도 여성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흑백요리사’ 속 안성재-백종원 심사위원과 참가자인 요리하는 돌아이(윤남노)를 흉내 낼 때는 아무 논란이 없었지 않냐”며 특정 성의 이중잣대라는 주장을 내놨다. 가수 비의 ‘꼬만 춤’ 패러디의 경우도 비의 ‘깡’ 속 안무를 반복하며 남성의 신체 부위를 시도 때도 없이 만지는 내용이었다.

SNL 코리아 방송화면. 요리하는 돌아이 패러디.



SNL 코리아의 정체성은 분명 ‘19금 코미디쇼’다. 하지만 달라진 대중 의식과 매체의 변화, 특히 SNS의 발달로 인해 더욱 거대해진 대중의 입김 앞에서 제작진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윤 대통령 공천 개입’ 등 여러 정치적 이슈가 팽배한 요즘, SNL의 정체성을 ‘속 시원한 정치 풍자’로 보던 시청자들의 기대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SNL 제작진은 지난 28일 오후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패러디에 있어 불편한 분들이 생기는 부분은 분명 좋은 과정이 아니다. 대중이 콘텐츠를 보는 기준이 갈수록 높아짐을 깊이 느끼고 있다. 여러 의견을 잘 듣고 숙고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yunsu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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