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자면서 연습 … 요리올림픽 銀 땄어요
순천서 요리 기본기 다지며
10대 시절 국내대회 휩쓸어
미식의 나라 佛서 열린 대회
프랑스 전채·메인·디저트로
한국 여성으론 첫 수상 기록
"참고 버티니 뭐라도 되더라"
유네스코가 '프랑스 미식'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 그 자체다. 재료 선택부터 요리, 먹는 순서와 조합에 이르기까지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런 프랑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요리로 은메달의 달콤한 맛을 본 스물한 살의 당찬 여성 셰프가 있다. 전남 순천에서 요리사의 꿈을 키워 국내 대회를 휩쓸더니, 세계 대회에서 은빛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이지유 시그니엘 서울 셰프(21) 얘기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프랑스 레스토랑 스테이에서 만난 이 셰프는 전달 입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대회가 치러지는 기간 매일 정신없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하루의 과제가 끝나면 다음날 과제를 준비해야 하기에 기억에 남는 건 경연 후 녹초가 된 제 모습뿐"이라고 술회했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이 셰프는 요리 부문의 한국 첫 여성 국가대표로 참가해 2위를 차지했다. 요리 부문 한국 첫 여성 수상자이자 2015년 이재광 선수의 은메달에 이어 9년 만에 획득한 메달이다. 한국은 3개 대회 연속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5일 중 폐막식을 뺀 4일간 매일 경연이 펼쳐졌다. 메달을 결정했던 승부처는 세 번째 날에 뜨거운 음식으로 겨루는 '핫 키친' 경연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배점이 제일 높은 데다 셰프 41명이 순수하게 요리로만 7시간을 겨루는 피 말리는 승부처다. 셰프들은 전채요리, 메인 고기 요리, 디저트 순으로 음식을 내보내야 한다. 프랑스식 뇨키는 전채요리 첫 과제였다.
"흔히 아는 뇨키는 감자 반죽을 쓰는 이탈리아식 뇨키입니다. 과제로 나온 건 프렌치 뇨키였어요. 밀가루 반죽 기반이죠. 뇨키 네 접시로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이어 양파수프를 준비했다. 가장 큰 과제는 메인요리인 통오리구이였다. 총 3마리의 오리고기가 재료로 나왔다. 한 마리는 통으로, 한 마리는 네 등분으로 조각내 한 접시에 담아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한 마리는 원하는 대로 만든다.
"음식 주문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맛이 달라져선 안되고, 제한된 조건을 지키되 예상치 못한 과제가 나오면 순발력을 발휘해야 했어요."
이 셰프는 뇨키와 수프, 오븐 조리 통오리, 생선요리, 소고기 카나페, 크레이프 팬케이크 등 약 17가지 메뉴로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 날은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스킬 테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경연에서 심사위원은 요리사의 숙련도를 본다. 3g짜리 통마늘을 25개 이상 슬라이스 내기, 4분 안에 오믈렛 2개 만들기, 기름이 분리된 마요네즈 되살리기, 6분 안에 새우 많이 까기, 올랑데즈 소스를 휘퍼 대신 포크로 섞어 만들기 등이 과제였다.
"스킬 테스트는 기본기 싸움이에요. 호루라기를 불면 정신없이 돌입해요. 몸이 기억하는 일들이죠." 이 셰프는 지난 8월 10일부터 대구로 내려가 한 달여간 머물며 대회를 준비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9시까지 피눈물 나는 연습을 반복했다. 4시간 수면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셰프가 요리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건 꽤 오래전부터다.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순천으로 이사 와 특성화고인 순천효산고 조리과에 진학했다. 그는 전남 전국기능경기대회, 국제요리경연대회, 남도요리경연대회 등 각종 요리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었다. 현재는 대구공업대 호텔외식조리학과에 재학 중이며,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 레스토랑인 스테이에서 근무한다.
이 셰프는 "눈물을 참고 버티며 하니까 뭐라도 되더라"면서 "학업을 통해 얻은 배움과 훌륭한 선배들과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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