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신용카드 쓸수록 이득이란 잘못된 통념
직장인 양날의 검 신용카드
결제할 때는 편리하지만
과소비 지름길 될 수 있어
할인 혜택도 미끼상품
원치 않은 지출 늘기 마련
신용카드 업체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커피 1+1 할인, 영화관 티켓 할인 등 '할인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이 전략이 꽤 효과적인지 신용카드 이용자 중에선 할인 혜택을 얻기 위해 일정한 금액을 의무적으로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쓸수록 할인되니 이득'이란 이유에서일 텐데,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신용카드 내역을 살폈다.
추석과 설날이 끝나면 직장인들은 부쩍 줄어든 통장 잔액을 보며 한숨을 쉰다. 상여금이 따로 나온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명절 전후로 가계부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부터 친척, 지인 등 감사 인사를 표해야 할 인원이 적지 않아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이 이런 상황에서 신용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오상훈(가명·50)씨와 아내 이혜영(가명·46)씨도 그렇다. 부부는 지난 추석 때 신용카드를 적잖이 사용했다. 가족은 물론 주변 지인들까지 상당수 챙기다 보니 내야 할 할부금 총액이 200만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인지 여유가 있었던 가계부도 9월을 기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부의 가계부에도 문제가 많았다. 곳곳에서 과소비의 흔적이 나타났는데, 부부의 노력만으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대로 가다간 적자폭만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는 이렇다. 필자가 확인한 부부의 월소득은 69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부업을 해서 240만원을 채운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85만원, 1년에 걸쳐 사용하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7만원, 금융성 상품 47만원 등 699만원이 발생한다. 적자를 9만원씩 보고 있는 셈이다.
부부는 식비와 통신비 등 각종 지출을 줄여 정기지출을 585만원에서 493만원까지 절약했다. 총 92만원을 아꼈고, 그로 인해 9만원 적자에서 83만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간에는 나머지 지출항목을 살펴보고 마저 줄여나갈 생각이다.
먼저 보험료(48만원)를 살펴보자. 이 항목에서 수십만원을 절약하는 상담자들과 다르게 부부의 보험은 크게 손볼 곳이 없다. 부부가 가입한 실손보험과 특약은 나이·건강 상태 등 부부의 상태에 걸맞은 보장들을 제공하고 있다. 부부는 지나치게 비싼 사망보험만 해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48만원에서 30만원으로 18만원 줄어들었다.
사망보험을 해지하고 얻은 환급금(800만원)의 일부는 신용카드 할부금(월 45만원·총 200만원)을 갚는 데 썼다. 따라서 신용카드 할부금 지출은 0원이 됐다. 부부는 체크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의식적으로 신용카드를 쓰곤 하는데,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쌓으면 신용카드 업체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오씨 부부의 설명이다. 신용카드 업체가 제공하는 건 커피전문점 음료 1+1 할인권, 놀이공원 입장권, 영화관 티켓 등 할인 혜택이 대부분이다.
언뜻 보면 신용카드 실적을 유지하는 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신용카드의 할인 혜택을 자주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할인 혜택을 쓰기 위해 일부러 커피전문점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면 결과적으론 손해다. 의도하지 않은 지출은 언제나 과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할부금이 '빚'이란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적게는 원금의 7.9%에서 많게는 20%까지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할부 수수료까지 고려해 본다면 신용카드 혜택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도 이득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결제는 무조건 체크카드로 하고, 부득이하게 큰돈을 써야 하는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활용키로 했다.
다음은 60만원씩 빠져나가는 교통비·유류비다. 자차가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만원 지하철·버스에서 불편하게 서서 가는 것보단 길이 좀 막히더라도 쾌적하게 이동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 심리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부부의 유류비 지출은 꽤 많다. 60만원 중 50만원이 기름값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부부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식으로 자차 이용 횟수를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는 교통비·유류비를 60만원에서 40만원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월평균 67만원)을 조금 손봤다. 명절비를 연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이고 미용비도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금 더 아끼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67만원에서 59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부부는 보험료 18만원(48만→3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45만원(45만→0원), 교통비·유류비 20만원(60만→40만원), 비정기지출 8만원(67만→59만원) 등 91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83만원에서 174만원까지 불어났다.
이제 부부를 위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만 남았는데, 한가지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 오씨 부부는 자녀(19)에게 현금 7000만원을 증여할 생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유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증여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174만원 여유자금을 확보한 지금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제 고민해야 할 건 어떤 투자 수단으로 얼마나 증여해줄지다. 투자 형태와 규모에 따라 증여 효과가 천차만별이라서다. 과연 부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마지막 시간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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