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울리고 양현종마저 혼내는 ‘직진남’···김태군의 고백 “내가 그렇게 펑펑 울었던 이유는”[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10. 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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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포수 김태군이 지난 2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마무리 정해영을 끌어안고 울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4월초였다. 수원 원정을 마치고 선수단 버스에 올라탄 포수 김태군(35·KIA)은 최고참 최형우에게 “큰 소리좀 내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타깃’은 김도영(21)이었다.

개막 직후 극도로 부진했던 김도영이 타격 페이스를 막 끌어올리던 시점이었다. 동시에 실책을 몇 차례 기록하고 있었다. 타격이 부진한테 수비 실수까지 하자 김도영은 마음속 바닥까지 자책을 했다. 그 고개 숙이는 모습을 김태군은 참을 수가 없었다. KIA가 승리했지만 김도영은 또 실책하고 고개숙였던 그날, 버스 안에서 김태군으로부터 천둥번개가 내리치듯 혼이 났다.

김태군은 “팀을 끌어가야 할 우리 대표 선수인데 실책 좀 했다고 상대가 보는데 고개 숙이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얘기하다가 그날 좀 크게 혼냈다. 저녁에 정말 많이 울었다고 듣고 나도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KIA 에이스이자 투수 최고참 양현종(36)은 4월25일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경기 뒤 양현종은 “태군이한테 혼났다”고 고백했다.

KIA 김도영(가운데)이 경기 중 득점하고 들어온 김태군을 맞이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당시 양현종은 7이닝까지 94개를 던지고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KIA는 13-2로 크게 이겼고 5회초 이미 8-0으로 앞서 있었다. 양현종은 5회말 김휘집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5회에 양현종의 직구 구속은 갑자기 시속 13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홈런 맞은 공도 시속 139㎞ 직구였다. 그 뒤 6회말 투구 도중 김태군은 마운드로 향했다. 양현종을 향해 아주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생중계로 잡혀 화제 됐었다.

김태군은 “투수가 공을 툭툭 던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조절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걸 포수는 다 느낀다. 이기고 싶은 공이 전혀 아니라고 느껴서 더그아웃에서도 형한테 ‘그렇게 던지려면 내려가라’고 했다. 형이 ‘미안하다’고 했다. 올해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 입성했다. NC에서 주전으로 뛰다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가 역대 최고액을 찍으며 입단해 밀려난 뒤 2022년 삼성으로, 2023년 KIA로 트레이드 됐다.

KIA 양현종이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회 교체되며 포수 김태군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타 팀에서 왔는데도 김태군은 바로 KIA 선수단의 군기반장이 됐다. 개념 없는 행동이나 불성실한 모습에는 가차없이 꾸짖는 ‘무서운 선배’다. 마치 과거 해태 시절 같은 타이거즈의 기강을 타 팀에서 온 선수가 잡았다. 고참과 어린 선수들로 나눠져 있는 KIA 선수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중간급의 어려운 선배, 그러나 대부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역할을 김태군은 자청했다.

김태군은 지난 28일 KIA의 우승으로 끝난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 만루홈런과 5차전 결승타를 포함해 타율 0.353(17타수 6안타) 7타점 2득점의 대활약을 했다. 5경기 전부 나가 포수로서 모든 이닝을 책임지며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약하다고 했던 타격에서 대활약 했고 꿈에 그리던 ‘우승포수’ 타이틀도 달아 과거 아팠던 시간도 치유받았다.

김태군은 우승 확정 직후 펑펑 울었다. 마무리 정해영을 끌어안고 터지기 시작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예 바닥에 엎드려 울다 기쁨에 뒤엉켜 있던 선수들이 미처 발견 못하고 그 위로 차례로 걸려 넘어지는 웃픈 장면도 있었다.

김태군은 “애들 생각이 났다”고 했다. 1년 내내 자신에게서 쓴소리를 듣고 순간이나마 힘들었을 후배들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태군은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자부심으로 야구한다. “어릴 때부터 포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똘똘한 포수 한 명이 있으면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배웠다. 어린 포수들이 포지션에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 이렇게 장비 차고 9회 동안, 이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새 기회에 잘 해보고 싶었던 KIA에 온 뒤 김태군은 ‘악역’을 자청했다. 김태군은 “다 착한 선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현종이 형한테도 그렇게 했으니 어린 애들이 봤을 때 정말 가차없구나 생각했을 거다. 도영이가 내 바로 옆 라커를 쓰는데 엄한 짓 하면 쫓아내버리기도 했다. 내게는 ‘슈퍼스타’ 그런 건 없다”며 “우승한 순간에 1년 동안 나한테 욕 먹은 어린 애들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도영이가 뒤에서 많이 울었다고, 야구하면서 그런 욕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고 들었다. 도영이, (박)찬호, (정)해영이 그 애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많이 울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태군 때문에 울었던 김도영을 비롯한 KIA의 젊은 선수들은 덕분에 더 강해졌고 올시즌의 긴 레이스와 한국시리즈까지 잘 이겨냈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욕을 먹어도 상관 없는, 앞만 보는 ‘직진남’ 김태군은 2024년 한국시리즈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서러웠고 오기로 버틴 시간도 털어냈다. KIA 팬들에게는 ‘우리 포수’로 완전히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뒤에서 궂은 일 하는 ‘리더’의 모습도 알려져 재평가 받았다. 누구보다 더 타이거즈 정통파 같은 군기반장의 모습으로 ‘V12’를 통해 KBO리그에서도 김태군 시대를 열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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